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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 of Morning 3화

이곳은 어디일까.

 

 레온은 검은 안개로 뒤덮인 공간에서 헤매고 있다. 이런 곳에 들어오기 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지? 그래, 베올과 아이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갑자기 나타나 자신에 대한 불길한 미래를 점치고 간 점술가. 헛소리라고 일갈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그 말을 은근히 믿었던 것 같다.

 

 대체 왜였을까? 살면서 단 한번도 점술이라는 것에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는데. 

 

“그 예언이 진실이기 때문이지.”

 

 레온의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온은 깜짝 놀라 위를 올려다 보았다. 

 

 그곳에는 사신이 레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의 본능이 그 말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레온 하인리히.”

 

“본… 능?”

 

 레온은 의아했다.

 

“아니… 그보다도 여기는 대체 어디지?”

 

 어둠만이 가득한 이곳. 분명 마지막 기억 속의 레온은 황궁 복도에 있었다.

 

“여기는 너의 심연 속이다.”

 

“심… 연?”

 

“그렇다면 너는 내 심연 속에 어떻게 들어온것이냐?”

 

 설마 자신을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해 온 것은 아니냐는 질문을 목 안으로 삼켰다. 그것을 말한다면 진짜로 자신을 데려갈 것만 같아서.

 

“바로 너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지.”

 

 그러나 사신에게서 들려온 말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적어도 자신을 저승으로 데려가려고 온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기회?”

 

“그래, 기회. 재해로부터 아라드를 구원할 기회.”

 

“재해라니?” 

 

 사신은 레온의 질문에 잠시 입을 닫았다.

 

“직접 보여주는 편이 빠를 것 같군.”

 

 사신의 눈에서 섬광이 솟아져 나왔다. 

 

“무… 무슨 짓이냐!”

 

 그렇게 감았다 뜬 눈 앞에는 어두운 심연 속이 아닌 다른 광경들이 보였다.

 

 동굴 안에 죽어있는 제국군의 시체, 마치 꼭두각시처럼 행동하는 사람들, 질병에 녹아내리는 도시와 사람들, 그리고 이 땅에 재림한 악마와 그의 수하들.

 

“이… 이건 대체…”

 

 하나같이 무서운 광경들이었다.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앞으로 아라드에 닥칠 미래.”

 

 사신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덤덤했다. 

 

 

 “아이리스의 예언도 그렇고 왜 이리 미래라는 말을 달고 나오는 것들은 하나같이 불길한지 모르겠군….” 

 레온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 이러한 멸망 속에서 나에게 무슨 기회를 주겠다는 거지?”

 

 말하면서도 레온은 묘한 감정을 느꼈다. 사신이 점술가 따위의 말을 긍정하면서까지 나타나 자신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에 대해.

 

“시련으로 연단된 칼… 그것을 휘두를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알 수 없는 말을 하는군."

 

 예언이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안든다. 불길하기 짝이 없으니. 하지만 사신은 기회라고 하였다. 구원할 수 있는 기회라고.

 

“그렇다면 내가 아라드를 구원하는 것인가?”

 

“그렇다고도 볼 수 있겠지.”

 

 하지만 마냥 불길하기만 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너의 칼은 대륙에, 지하의 흑요정들에게, 또 다른 아라드에, 천계에 심지어 마계에까지 다다를 것이니, 그 준비를 하여라. 레온 하인리히.”

 

“그렇다면 그 준비는 어떻게 해야하지?!”

 

 사신의 형체가 점차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레온은 대답을 듣기 위해 조급하게 질문했다.

 

“준비할 것은 없다. 운명은 알아서 찾아오니. 네가 피하려고 발버둥쳐도 알아서 다가올 것이다.”

 

“그럼 대체 왜 나인 것이냐?”

 

 환상으로 본 그 무서운 재해를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인 레온이었다. 그런 재해를 이겨낼 과업을 왜 자신에게 주었는가?

 

“...”

 

 그러나 사신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

 

“이봐! 왜 나인가? 내가 어떤 존재이길래 당신이 직접 과업을 부과하는 것이지?”

 

“그것이 나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레온은 아리송한 대답따위는 원하지 않았다.

 

“나는 다른 사람이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인가…!”

 

 레온이 듣고 싶던 말. 그것만 들으면 그만이었다.

 

“자세한 것은 일어나서 듣도록 하여라.”

 

 사신에게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레온은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채 깨어나게 되었다.

 

.  . .

 

 전장이 되어버린 레온의 방은 수많은 참격들의 희생양이 되어버렸다. 제국에서 모은 황금들로 치장된 벽은 이미 흉흉한 상흔이 남아있었고 레온이 모은 수많은 보물들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헉… 허억…”

 

 베올은 숨을 가다듬었다. 이미 갑주의 대부분은 손상되었고 잔상처들까지 눈에 띄었다. 

 

“크크… 참으로 쫄깃한 기분이군.”

 

 반면에 상대는 수백수천합을 겨뤘음에도 지친 기색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싸움에 흥분을 하는 것 같아보였다.

 

‘설마 벌써부터 몰릴줄이야… 빨리 증원이 와야 하는데…’

 

 그러나 증원이 온다한들 어중간한 실력자들이 온다면 역으로 이 사내의 먹이가 될 것만 같았다. 과연 이 사내의 검을 받을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될까.

 

“뭐, 이 이상 시간을 끌면 증원이 올지도 모르겠어. 노는 것은 여기까지다.”

 

 청천벽력으로 사내는 이제 즐기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크윽…”

 

 사내의 검이 천장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여기서 끝을 보자.”

 

 사내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베올의 눈에 비친 것은 뇌우처럼 천장에서 떨어지는 환영의 검들.

 

‘다 받아낼 수 있을까?’

 

 베올은 검을 치켜들었다. 

 

‘적어도 저하만큼은…!’

 

 각오를 다진 베올은 떨어지는 검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거기까지입니다.”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와 익숙한 악기소리가 들려왔다. 악기소리가 들리자 환영의 검들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이것 참… 계획과 다른 것이 대체 몇번이나 일어나는 건지, 원.”

 

 사내는 어깨를 으쓱이며 음악소리의 발원지를 향해 돌아봤다. 그곳에는 아이리스가 악기를 들고 서 있었다.

 

“아이리스?”

 

 베올의 눈이 크게 떠졌다. 3일전 의문의 예언을 날리고 사라진 궁정악사. 그녀가 정말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그동안 보아왔던 궁정의 악사가 아닌, 다른 무언가의 느낌이 들었다. 베올이 목숨을 걸어야 했던 그 환영검들을 간단히 파훼했으니.

 

“네놈도 죽을 자리를 찾아온 것이냐?”

 

 한편, 사내는 재밌다는 듯이 검을 아이리스를 향해 겨누었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아이리스는 빙긋 웃으며 사내에게 답했다. 그리고 심연과도 같은 그 눈으로 사내를 치켜보았다.

 

“지금 여기서 그 의뢰를 포기하고 물러나십시오.”

 

“크크… 내가 왜?”

 

 아이리스의 당돌한 말에 사내는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이내 가소롭다는 듯이 답했다. 

 

“자… 잠깐! 아이리스, 혹시나 의뢰인이 누군지 알고 있는가?”

 

 이는 중요한 문제이다. 감히 데 로스 제국의 황자를 암살하려한 불온분자를 알아내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테니.

 

“아쉽게도 물증같은 것은 없습니다, 베올 공. 그리고 이 자 또한 순순히 답하지 않는다고 제 점괘가 말하는군요.”

 

“크크… 점쟁이 나부랭이가 왠일로 제대로 된 것을 말하는군.”

 

“그러니 베올 공. 이 자는 여기서 잡아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사내는 갑자기 모습이 사라졌다. 

 

“잡아? 나를?”

 

 아이리스의 뒤에서 사내가 서 있었다.

 

“아이리스!”

 

 아마도 자신과의 첫 접전때 사용한 기술. 순식간에 지나가면서 사람을 베는 기술! 이번에는 다소 긴장의 끈을 놓았다지만 아예 베올의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전 괜찮습니다.”

 

“...!!”

 

 그러나 아이리스의 몸에는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내의 검이 부러져있었다.

 

“크크. 역시 황실에는 재미난 녀석들이 많아. 억지로라도 이 임무를 받길 잘했군.”

 

 저 사내는 싸움만을 태어난 것일까? 자신이 유리해도, 불리해도 여전히 싸움을 즐기는 것을 보면 평범한 사람의 감성을 가진 것 같지 않았다.

 

“그게 문제가 될 것입니다.”

 

“...뭐?”

 

 그러나 아이리스의 말에 사내는 웃음을 멈추었다.

 

“이번 일로 음자가 굉장히 화가 나 있을 것입니다. 아마... 원래대로 이 임무를 맡아야 했을 사람은… 암살왕이겠죠? 부수장의 지위를 이용해서 억지로 뺏은 것마저 음자가 알아챈다면 어찌될가요?”

 

“으… 음자라고?”

 

  소문만 무성한 암살단의 리더, 음자. 이름은 알려진 것이 없으며 그저 돈만 받는다면 어떤이라도 제거한다는 사람이다.

 

“저자는 그 음자의 수하인가?!”

 

 베올이 다시 검을 들었다. 음자의 암살단의 실력은 어지간한 국가는 전복시킬 수 있다고 들었다. 사내가 강한 이유가 있던 것이다.

 

“안심하십시오, 베올 공. 어차피 이 이상 이 사내는 이곳에서 싸울 수 없을 것입니다.”

 

“아니, 싸워야지. 오히려 더더욱 너희들을 파묻어야겠어. 네년이 죽는다면 수장도 이 일의 내막은 모르지 않겠나?”

 

 “크윽…!”

 

 사내가 다시 검을 치켜들며 자세를 잡았다. 다시 이어질 싸움에 베올은 이를 악물고 이어질 공격에 대비하였다.

 

“글쎄요. 정말 저만 죽는다면 음자가 당신의 행동을 모를가요?”

 

 

“크크… 언젠가는 알아채겠지. 하지만 임무를 성사시킨다면 전혀 문제될 것은 없지 않겠나?”

 

 사내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그럼 당신이 맡은 이 임무의 내막을 아신다면, 그만두시겠습니까?”

 

“... 뭐?”

 

 아이리스의 말에 사내는 어이가 없었다. 내막이라니, 단순히 황자를 암살하는 임무가 아니었다는 것인가?

 

“당신 말에 따르면 일개 점술가인 제가 어찌 당신의 조직에 대해 이토록 자세히 알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베올 공.”

 

 예상치 못한 질문에 베올은 순간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었다.

 

“... 그렇지. 상급기사인 나조차도 음자의 조직에 대한 자세한 실정은 전혀 모르니까.”

 

 그런 실력을 가진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제국에는 그 조직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저 돈만 주면 그 어떠한 일이라도 한다는 것 정도.

 

“그렇습니다. 당신네 조직은 제국조차 자세한 것을 모를 정도로 비밀스럽습니다. 그렇기에 이 제국에서는 당신의 조직을 상당히 주시하고 있죠.”

 

 아이리스의 말을 사내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이상하지 않았습니까? 계획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이 임무는 함정입니다. 당신네들을 잡아내기 위한 함정. 아마 곧 있으면 황자를 죽인 암살자를 잡으러 기사들이 몰려올 것입니다. 물론 레온 저하께서는 살아계시지만요.”

 

“그럴듯 하지만 증명할 만한 것이 전혀 없다. 그냥 네년이 어디선가 정보를 주워들은 것이라고 보는게 더 깔끔할 것 같은데?”

 

 사내는 부러진 검을 내던지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또다른 검을 뽑아들었다.

 

“뭐, 아마 제국놈들이 나를 잡아 미끼로 삼을 생각이겠지? 음자는 그딴걸로 단을 움직일 성격이 아니다. 쓸데 없는 회유였군. 그보다도 나는 이곳에서 싸우는 것에 더 흥미가 있다.”

 

 사내는 싸움을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싸움에 영혼까지 팔아버린 것일까,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감성과 무언가 달랐다.

 

 아이리스는 잠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사내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꿈속에서 보이는 비명으로 우거진 동굴에서의 싸움은 해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

 

 그러나 아이리스가 내뱉은 말에 사내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걸 네년이 어떻게…”

 

 사내의 질문에 아이리스는 조용히 악기를 키기 시작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점술가라고. 그저 당신이 그 싸움을 꿈속에서 보아 그것을 고대했다는 것을 점괘에서 슬쩍 보았을 뿐입니다.”

 

 아이리스는 그 심연같은 눈으로 상대를 쳐다봤다. 분명 사내도 그녀의 눈과 마주쳤을 것이다.

 

“... 기분나쁜 눈이로군.”

 

 그러자 사내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수장은 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군. 이런 괴상한 점쟁이에게 계획을 통째로 들키기나 하고 말이야.”

 

 사내는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혀를 찼다.

 

“..... 그 싸움은 실제로 일어날 일인가?”

 

“당신이 정해진 운명을 순순히 걷는다면 그럴 것입니다.”

 

 사내는 아이리스를 노려보았다.

 

“좋다. 그 싸움을 위해 물러가도록 하지. 이미 다 들통나서 실패한거나 다름없는 임무에 매달리다 죽는다면 그 미래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이것이 함정이라서 물러났다고 하면 수장도 납득해주겟지.”

 

 사내는 잠시 고개를 들어올린 뒤, 그대로 뒤돌아서 레온의 방에서 벗어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 상황을 납득하지 못한 이도 있었다. 

 

“누구 마음대로 이곳을 벗어난다는 것이냐!”

 

 베올이 분노로 가득찬 채로 사내와 아이리스를 쳐다보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하고 들어보니 감히 황자 저하를 암살하려 한 자를 무사히 내보내 주겠다는 것이냐, 아이리스!!’

 

 아이리스가 사내의 검을 두동강 냈던 것을 본 베올은 사내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잠시 품었다. 하지만 아이리스가 말하는 것은 정반대의 것. 오히려 나서서 사내를 풀어주려 하고 있었다.

 

“베올 공. 분노하시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이것이 언젠가 저 자는 레온 저하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헛소리로 나를 현혹하려하지 말라, 점술가여!”

 

“크크, 둘이서 잘 싸워보라고.”

 

 베올이 아이리스에게 언성을 높히는 사이 사내는 비웃음을 남기며 사라졌다.

 

“도망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을 터!”

 

 베올은 사내를 잡기 위해 뛰쳐나갔으나 이미 문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제길… 당장이라도 황궁의 경비를 강화해야…!”

 

“아마 지금 동원할 수 있는 병력으로는 저 남자의 그림자도 찾아내지 못할겁니다, 베올 공.”

 

 서둘러 황도의 병력을 동원하려는 베올을 아이리스가 막아섰다.

 

“이게 다 네년이 저자를 살려 보냈기 때문이 아니더냐? 내가 당장 네년을 심문해서...”

 

 베올은 아이리스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만… 둬라… 베올…”

 

 그러한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마침내 레온이 눈을 떴다. 온 몸이 식은땀에 절여져 있었고 숨이 가파랐다.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지만 금방 꺼질것 같은 촛불같았다.

 

“저.. 저하!”

 

 베올은 아이리스를 제쳐두고 레온을 향해 달려갔다. 레온의 손을 붙잡고 레온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괜찮으시옵니까?”

 

 “그래… 괜찮고말고…”

 

 말과는 다르게 역시 괜찮지 않아보였다. 베올은 그러한 것이 안타까웠다. 이렇게 레온은 기운을 차리기 위해 노력하는데 암살자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베올의 옆에 아이리스가 우뚝 섰다.

 

“이것을 드시면 바로 나으실 것입니다, 저하.”

 

 그리고 아이리스는 레온에게 다가와 입에 무엇인가를 넣었다. 그러자 레온의 표정이 점점 호전되어갔다.

 

“이… 이럴수가…!”

 

 근 3일간 제국 최고의 의원들조차 병명을 알아내는 것조차 못했던 병을 손쉽게 고쳐버렸다. 베올은 또다시 아이리스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네년… 대체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 암살자를 감히 놓아준 주제에 저하의 병을 낫게 하다니…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것이지?”

 

 놀라운 광경을 보고 베올은 아이리스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저는 레온 저하의 편입니다. 그리고 그 자를 내보내준 것은 언젠가 레온 저하의 중요한 패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베올에게 있어서는 말이 안되는 말이었다. 감히 황실을 욕보인자가 레온 저하의 패가 된다니?

 

“그럼 레온 저하. 무언가 보셨습니까?”

 

 베올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아이리스는 레온을 바라보았다.

 

“그… 사신은 무엇이냐…?”

 

 레온의 심연 속에 들어와 예언… 아니, 계시를 내린 존재. 무언가 아이리스라면 알고 있을 듯 했다.

 

“역시 직접 예언을 보여주셨군요.”

 

 이에 아이리스는 예상했다는 듯이 레온의 말에 대답했다.

 

“그분께서는 곧 사도들에게 고통받을 아라드를 위해 저하께 예언을 알려드린 것입니다.”

 

“잠깐, 예언이라니? 그리고 아라드가 고통받는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또 사도란 무엇이고?”

 

 아이리스에 대한 의문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오던 베올이었다. 그러나 또다시 알 수 없는 말들이 나오자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도라는 것은 마계에 올라탄 각 세계의 최강자들… 아라드로 치자면 혼돈의 오즈마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오… 오즈마?! ”

 

 베올은 경악하였다. 마계니, 사도니 하는 것은 솔직히 잘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그가 놀란 것은 아라드에 깊은 상처를 남긴 오즈마와 관련이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예. 오즈마는 아라드의 사도… 그의 존재는 아라드를 파멸로 이끌었지요.”

 

“그런가… 오즈마도…”

 

 800년 전 아라드에 피의 저주를 내려 멸망의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존재… 그리고 그에 필적하는 존재들이 아라드에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레온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저하!”

 

 베올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방금 전가지만 해도 말하는 것도 힘겨워했던 레온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 것이다. 레온이 걱정된 베올은 레온에게 다가갔지만 레온이 거부하였다.

 

“괜찮아, 베올… 그보다도…”

 

 레온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생각을 정리하였다. 심연 속에서 본 환영들. 그 중 하나가 오즈마에 관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동굴… 꼭두각시… 질병… 모두 오즈마와 필적하는 재앙이라는 것인가?”

 

 레온은 환영 속 내용을 작게 읊조렸다.

 

“예. 그들이 바로 마계의 사도들. 오즈마처럼 아라드에 재앙을 선사할 존재들입니다.”

 

 레온은 아이리스를 쳐다보았다. 

 

“허나 아이리스. 그대는 일전에 내게 말하였지. 운명은 피할 수 없다고. 그렇다면 아라드가 파멸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랬지요. 하지만 절망적인 운명만이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리스는 양피지를 꺼내 읽었다.

 

“아라드는 파멸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허나 앞으로 올 재앙들을 베어낼 칼이 나타나 아라드의 재해를 베어낼 것입니다.”

 

“시련으로 연단된 칼… 맞는가?”

 

 레온은 심연 속의 사신이 말한 것을 떠올리며 말하였다. 분명 시련으로 연단된 칼을 자신이 휘두른다 하였지.

 

“사신이 내게 말하였다. 그 칼을 내가 휘두를 것이라고… 그 칼은 아라드를, 천계를, 그리고 마계에까지 닿을 것이라고… 이것은…”

 

 레온은 숨을 잠시 삼켰다. 직접 얘기하는 것이 살짝 껄끄럽다는 듯이.

 

“예. 레온 저하께서는 사도들을 퇴치하고 이 아라드의 재해를 해결했다는 업적을 사가에 남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레온이 하고 싶었고, 듣고 싶던 말. 아라드를 구원할 존재. 모든 이들을 구원할 수 있는 존재.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냐?!”

 

 그러나 옆에 있던 베올은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소리쳤다. 사도? 마계? 칼? 모두 알 수 없는 소리들이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있었다.

 

“저하, 분명 아이리스는 저하의 목숨을 구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허나, 지금 이상한 말로 저하를 현혹시키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제가 이 모든 것을 조작한 흑막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그렇다!”

 

 솔직히 말하자면 수상한 것들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싸움광으로 보이는 암살자가 순순히 물러간 것, 그것을 굳이 쫓지 않으려던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련의 사건들을 모두 꿰뚫어보고 있다는 점이 그러했다.

 

“베올 공.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이해는 합니다. 허나 제가 일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저 점괘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고. 그리고 그 점괘는 저하를 위해 흐르고 있습니다.”

 

“그 간악한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마라! 그저 저하를 현혹시키려는 것이 아니더냐?! 애시당초 암살자를 놔준 것부터 이상했다. 그리고선 나도 현혹시키려 하였지!”

 

 특히 레온에게 먹인 그 약이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그 약을 먹은 뒤부터 레온은 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베올은 그 약이 무언가 환각작용을 일으킨다고 생각한 것이다.

 

“베올. 그만둬라. 지금 난 너무나도 멀쩡하다.”

 

“허나…!”

 

 베올은 말을 잇지 못했다. 레온의 말을 정면에서 부정한다면 레온이 아이리스에게 완전히 넘어간 것으로 보일수 있기 때문.

 

“네가 의심하는 이유는 타당하다. 아마 내가 제 3자였다면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레온은 잠시 눈을 감고 심연 속의 사신과 그 환영을 떠올렸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너무도 생생했다. 거짓이라고는 생각 못할 것 같다.”

 

 베올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였다. 레온이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강하게 자기의 의견을 밀고 나가기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방금 전에 아이리스의 약을 먹고 몸을 일으킨 레온의 의견에.

 

“그러니 걱정하지 말거라. 반드시 너가 걱정하는 모습으로 되지 않겠다.”

 

“... 예.”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일단 베올은 납득하기로 하였다. 그 모습을 본 레온은 다시 아이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러하다면, 내가 그 칼을 얻는 방법은 무엇인가?”

 

 레온의 질문에 아이리스는 빙긋 미소지었다.

 

https://piction.network/project/leonheinrich/posts/1461 < 3화 픽션 링크

 

 부족한 글임에도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부끄럽게도 픽션 끝날때까지 스토리를 다 끝내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마무리 짓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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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코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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