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geon & Fighter

창작콘텐츠

UCC

소설

패턴에 대한 문학적인 고찰 1부 - 마계대전#1

 #1. 피흘리는 지하도, 얼굴 베르나르도.

 

파티구성:

 프라임/패스파인더/이클립스/세라핌

 

 

"윽, 냄새..."

 프라임은 코를 틀어막았다. 기괴하다 못해 섬뜩한 악취였다. 누가, 몇 명이 흘렸을지 모를 피로 범벅이 되어버린 지하도엔 말 그대로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라오는 이클립스와 세라핌, 패스파인더의 표정 역시, 끔찍한 광경과 심각한 악취로 일그러져 있다.

"심각하네요...언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요?"

 이클립스가 조심스레 묻는다. 프라임은 어깨를 으쓱한다.

"난들 아나. 중요한 건 이스트 할렘으로 갈 수 있을 만한 공간이 여기밖에 없다는 거지."

 

"신이시여...저들을..."

 가만히 기도를 올리는 세라핌을 뒤로 한 채, 프라임은 얌전히 랜드러너들을 조립하기 시작한다.

"계획대로 되려면, 일단 사전 준비를 좀 해야겠네. 그래서, 여기 누가 있다고?"

"타고르가 있다."

 조금 거친 숨을 내뱉으며, 바르카가 대답한다. 커다란 회색 고릴라가 말을 하는 장면은 이클립스에게도 꽤나 낯설다. 옆에 선 그녀가 마른침을 꼴깍 삼킨다.

"룸 씨는 괜찮나요?"

 사전에 스밀라와 함께 지하도를 조사하던 룸은, 결국 타고르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엘팅 메모리얼로 돌아왔다. 꽤나 큰 부상을 입은 채. 룸은 이클립스에게, 자신을 대신하여 바르카를 데리고 지하도로 가 줄 것을 부탁했다. 바르카는 의외로 흥쾌히 이클립스와 동행하라는 룸의 요청에 응했다.

"룸은, 괜찮다. 하지만, 그 여자, 잡을 수가 없었다. 이길 수가 없었다."

 바르카가 숨을 다시 한 번 거칠게 내뿜는다. 패스파인더의 산발이 가볍게 휘날린다.

"조금 분하신가봐, 커다란 친구?"

"짜증난다!"

 바르카가 지하도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바닥의 벽돌이 움푹, 바르카의 주먹 모양으로 파인다. 나머지 넷의 표정이 긴장감으로 굳는다.

 바르카는 타고난 전사다. 강인한 육체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투 감각은 그를 항상 승리로 이끌었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함을 지녔지만, 그는 자만하지 않는다.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항상 자신을 능가하는 적이 나타날 것이라 믿었으며, 그때를 대비하여 단련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서모너 룸과 계약하여 수많은 적들을 격퇴해 나갈 때마다, 그의 육체와 정신은 더욱더 단단해져 갔다. 조금은, 방심했던 걸지도 모른다. 바르카는 스스로에게도 화가 났다.

"대략적인 얘기는 들었다고, 친구. 그래서 천계인이 둘이나 온 거고."

 패스파인더가 분에 못 이겨 씩씩거리는 바르카의 어깨를 툭툭 친다.

"마법. 하지만 타고르가 레이저도 쏘고 미사일도 발사한다고 했지. 손에서 드릴도 쑥 나오고."

"마게에 기계문명이란 건 없지 않던가요? 루크의 기술이랑은 또다른 느낌입니다만."

 프라임이 만들어진 랜드러너 한 마리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랜드러너의 눈은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다.

"나도 그게 좀 의문이라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우선 대면해봐야 알 수 있겠..."

쾅!

 갑작스러운 굉음이 앞에서 울려퍼졌다. 그들의 대화가 뚝 끊기고, 그들의 시선이 앞으로 쏠린다. 천장이 박살나면서 돌덩이가 떨어지는 소리, 거친 숨소리, 그리고 괴성.

"얼굴을 뜯어주마!"

프라임이 조립한 랜드러너의 안광이 붉게 빛난다. 랜드러너의 이마에 달아놓은 조명등이 팟, 켜진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못한 목소리. 저것이 진짜 목소리일지, 아닐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대.

"베르나르도."

 베르나르도가, 일그러진 얼굴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지독하게 패배했다. 육체가 파괴되었고, 어비스는 힘을 잃어갔다. 분노했지만 분노할 수 없다. 고통을 삼키려 했지만 그럴 수 없다. 굳어 버린 얼굴을 대신해 감정을 보여주던 '얼굴'들이 사라졌기 떄문이다.

"켈켈켈...훌륭한 소재군. 버리기 아깝군, 아까워."

괴상한 노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손을 뻗어 노인의 얼굴을 움켜잡으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어이쿠...내 얼굴은 안되지. 대신 다른 '얼굴'을 주지. 아주 마음에 들 거야. 켈켈켈."

그는 노인의 말을 끝으로 정신을 잃었다.

 

 지금까지 수집했던 모든 얼굴을 가져왔다. 새로운 얼굴이 그에게 달라붙어 있었고, 등에는 어비스와 기름이 섞인 통이 박혔다. 망토 아래로 숨겨두었던 얼굴들이 그가 숨을 몰아쉴 떄마다 어지럽게 흔들린다. 붉은 분노의 얼굴, 푸른 근엄의 얼굴, 하얀 비애의 얼굴...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다섯 개의 새로운 얼굴이 있었다.

"그아아악!"

얼굴 수집. 오직 그것만이 베르나르도의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가 저돌적으로 달려든다. 분노의 얼굴이 붉게 번뜩이며, 어비스와 반응해 살기를 가득 담은 충격파가 발산된다.

 넷의 반응은 재빨랐다. 세라핌과 이클립스는 즉시 바르카의 뒤로 몸을 숨겼고, 프라임은 HS-1 친구들의 전원을 켰다. 그리고 패스파인더는,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의 뇌관에 작은 캡슐 하나를 집어넣고 즉시 그에게 발사한다.

"잠시 기다리시게!"

총에서 발사될 리가 없는, 이질적인 푸른빛 광선이 베르나르도를 막았다. 굉음이 지하도에 울려퍼지고, 베르나르도는 자신이 둥근 원통 안에 갇힌 형새가 된 것을 확인한다.

"크아악!"

그가 손을 휘두르자 그의 등에 박힌 관 하나가 보랏빛으로 일렁이며 에너지 기둥이 가볍게 찢어졌다. 패스파인더는 눈가를 찌푸렸다. 생각보다 금방 빠져나왔는 걸.

"너, 누구냐!"

바르카가 소리치며 육중한 주먹을 휘두른다. 베르나르도는 바르카의 주먹을 손으로 막고, 손가락 다섯 개를 세운 채로 뻗어 그의 얼굴을 푹 찌른다.

"크윽!"

"얼굴을 내놔라!"

그가 아픈 기색도 없이 소리친다. 바르카가 뒤로 살짝 물러난다, 베르나드로는 양손으로 얼굴을 잡아뜯는 동작을 함과 동시에, 그의 등에 박힌 관이 다시 한 번 불길하게 빛난다. 한순간이었다. 수많은 얼굴들이, 그들을 향해 뿜어져 나온다. 황급히 굴러 피했지만, 프라임은 얼굴들이 지하도 어두운 곳으로 날아가도록 사라지지 않는 걸 확인한다.

"어우, 들이대는 사람은 인기 없는데."

"도망쳐봐라...! 아하하학!"

 [경고. 원거리에서 다량의 에너지체 접근 중.]

HS-1 친구 한 대의 경고 음성이 들리자마자, 베르나르도에게서 뿜어져 나온 얼굴들이 지하도 한쪽을 가득 메운 채 날아온다. 노리고 날아오는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아마도 빙글빙글 돌게끔 설계되었고, '프로그래밍'되었으리라.

"점점 수상해지는 걸...!"

프라임이 순식간에 로봇 하나를 조립해낸다. 푸른빛이 도는 동체를 만들고, 여차하면 스스로 조작할 수 있게끔 조종기를 끼운 뒤, 자동으로 버튼을 누르는 랜드러너 한 대를 HS-1 친구가 만들어 앉힌다. 화력지원로봇 Ex-S 바이퍼. 조준 대상은, 비행하는 얼굴들.

"깨어나세요!"

세라핌이 짧은 기도와 함께 외치자 베르나르도에게 벼락이 쏟아진다. 베르나르도는, 여전히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저번보다 더 날뛰는군 그래!"

패스파인더의 코어 블레이드가 푸른빛을 휘감고 도신이 비정상적인 길이로 길어진다. 그대로 그가 코어 블레이드를 휘두른다. 베르나르도의 옷자락과 함께 얼굴 두어 개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끄아아아악!"

베여서가 아닌, 얼굴이 떨어져서 내지르는 듯한 포효와 함께 베르나르도가 뒤로 낮게 뛰었다. 그대로 양팔을 벌리자, 그의 망토 아래로 수집한 얼굴들이 흉측하게 드러난다. 비애의 얼굴을 그가 손으로 잡자, 그의 뒤로 빼곡히 비애의 얼굴이 가득 떠오른다. 프라임의 HS-1 친구의 경고 음성과 베르나르도의 괴성이 함께 울려퍼진다.

[경고. 동일 에너지체 다량 증식.]

"피할 곳은 없다...! 으하하하하하하!"

그대로, 얼굴들이 그들에게 피할 틈도 주지 않고 쏟아져 내려온다. 그새 프라임은 두 대의 바이퍼를 더 설치했고, 얼굴들 일부는 바이퍼에 의해 파괴되었다. 약간의 빈틈.

"신의 뜻대로!"

그리고, 밝은 빛이 그들을 감싼다.

"우린!"

성서를 쥔 세라핌이 저절로 하늘로 날아오른다. 천사의 날개가 그녀의 등 뒤에서, 찬란하게 활짝 펴진다. 얼굴들의 틈새로 빠져나온 프라임은 주머니에 쥔 리모콘 하나를 꺼내 버튼을 누른다.

"승리하리라!"

 세라핌이 허공에서 십자가를 꽉 쥔다. 밝은 빛이 십자가를 휘감고, 이윽고 그녀가 십자가를 땅바닥에 박는 순간, 사방으로 휘황찬란한 세례의 빛이 가득 뿜어져 나온다.

"끄으윽...!"

 베르나르도는 순간적으로 눈이 부셔 손으로 앞을 가렸다. 그의 얼굴들은 앞을 가리지 못하고 빛에 의해 허무하게 사그라든다. 베르나르도의 앞까지 달려온 프라임과 HS-1 친구들은 4개의 비트를 조립해낸다. 비트들이 한 대 뭉쳐, 동력원을 최대로 가동해 차원 포탈이 만들어지고...

"게이볼그 펀치!"

거대한 주먹이, 차원 포탈에서 불쑥 튀어나와 그대로 베르나르도를 향해 쇄도한다. 그는 거대한 기계팔에 밀려나 지하도 멀찍이 날아가, 그대로 벽에 처박힌다.

"크하아악...!"

관이 깨져 날카로운 유리조각과 함께 내용물이 흘러내리고, 베르나르도는 얼굴을 감싼 채 그대로 무너져내린다.
 

 [생체 반응, 동력로 정지.]

차원 포탈을 만들어낸 4개의 비트가 과열되어 땅바닥에 뚝 떨어졌다. HS-1 친구의 음성을 듣고 일행은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다행히도 한 방에 잘 보내버렸군."

이클립스는 피를 흘리는 바르카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바르카는 의외로 덤덤하다.

"게이볼그 펀치는 당분간 못 씁니다. 수리하려면 최소 2분 정도는 필요해요."

프라임이 중얼거리며 떨어진 비트들을 회수한다.

"너, 강하다."

"아, 됐어. 그런 말 하면 나중에 밸패 때 손해본다고."

"그건 무슨 소린가?"

"그런 게 있어요. 내가 좀 오래 살아보니까, 여기선 세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으면 신상에 안 좋아."

패스파인더가 권총에 인텐션 에너지 캡슐을 하나 미리 넣어두며 피식 웃는다.

"2분 정도면 널널하지. 이키 양이 보여준 지도를 보니 지하도는 꽤 넓어. 2분 안에 이정도 급의 적이 또 나타나기야 하겠나?"

"어, 아저씨. 그 대사 좀 위험..."

이클립스가 쿠루타를 불러내기 위한 의식 도중에 배시시 웃었다가, 그대로 표정이 얼어붙었다. 시끄러운, 추진제가 연소되는 소음이 지하도를 울린다.

[고속으로 생체 반응 접근 중. 고속으로 생체 반응 접근 중.]

 경고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얀 형체가 지하도의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전의 모습과는 썩 대조되는, 새하얀 옷이 나풀거린다. 여성스러운 프릴과 리본이 달려 있는 옷과 썩 어울리지 않는, 어두운 지하도 속에서도 광택이 나는 매끈한 금속 부스터에선 보랏빛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것. 차갑고 뾰족하지만, 무척 단단한 것. 갈망했던 모든 것을 가슴에 품은 소녀는 백의에 싸인 채 감은 눈을 뜬다.

"침임자 확인. 제거모드 발동."

"타고르...!" 

--------------------------------------------------------------------------------------------------------------------- 

*실제 던전 진행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얼굴 베르나르도의 얼굴 쇄도 패턴은 ↓ 방향으로 오는 것만 요격이 가능하며, 좌우로 왕복하는 얼굴들은 실제로 바이퍼가 요격해주지 않습니다. 다른 걸로도 안되니 얌전히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공식 설정상 마계 대전은 프레이-이시스 레이드 이후 발생한 사건입니다. 4명은 모두 권능풀에 노탈만 상태입니다...만, 그렇다고 게이볼그 펀치 한 방으로 베르나르도가 죽진 않습니다.

*이클립스의 소환수들은 모두 나열하기엔 너무 많아 바르카만 명목상 참가시켰습니다.

*네. 이클립스는 덤으로 데려온 것이 맞습니다.

*글쓴이는 븝-딱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1
!
  • Lv110
  • 캡틴씨레인저
  • 진(眞) 레인저 시로코

    모험단Lv.40 우다다전문

일부 아바타는 게임과 다르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 팬아트
  • 븜사람 (2)

    닐스쓰는장군

    2024.04.15785

  •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