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geon & Figh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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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파 A.C.T.>-여거너 4화

4. 불타는 그락카락

 

 

“보라색-루가루?”

 

격투가의 팔을 문 생물의 인상착의를 들은 케라하는 참으로 알기 쉽게도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펜릴…일 거야.”

“펜릴? 지금 펜릴이라고 했나요?”

 

옆에서 상황을 듣고 있던 토비가 끼어들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때에 토비는 숨어 있느라 자세히 ♡♥♥♡ 못한 듯하다. 구경을 하러 왔다더니, 의외로 치고 받는 싸움은 잘 ♡♥♥♡ 못하는 아이다.

 

“역시 독이 남아있었던 건가요?”

“흠, 분명히 독은 정화했을 터인데.”

 

내 질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성직자. 나도 이쪽 일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 그가 마법 같은 것을 쓰고 나서 몸에서 독이 빠져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 후에도 조금 힘들어하긴 했지만 꿋꿋이 잘 움직이는 걸 보고 괜찮나보다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펜릴의 독은 보통 독이랑은 차원이 달라요. 우리 같은 고블린들은 닿기만 해도 몸이 녹아내린다고요.”

“독보다는 저주에 가까워. 시간을 들여 정화해야 해.”

 

토비의 설명과 케라하의 짧은 보충을 더하면, 그녀는 당장 안정을 취해야 하고, 이 이상 수색에 데리고 갈 수 는 없다. 성직자도 앞선 치료가 미흡했던 것이 마음에 걸리는 듯 남아서 그녀를 돌보겠다고 뜻을 밝혔다.

 

“그렇게 해요. 그 편이 더 빨리 기운을 차릴 테니까.”

“우리도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올게요.”

 

격투가와 성직자, 그리고 도움이 될 만한 약초를 찾아오겠다는 토비를 뒤에 남겨두고 나머지 일행은 드디어 길이 열린 그락카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저기, 하나 사과를 해 둬야겠는데.”

 

지도에 표시된 위치에 점점 가까워지면서, 마법사 소녀가 입을 열었다. 슬며시 말을 놓고 있는 건, 지금은 따지고 들지 말자.

 

“좀 전에, 사실 거짓말을 좀 했어.”

“저건-”

 

그게 무엇을 말하는지 깨닫는 건 어렵지 않았다. 우리의 앞, 숲 속 타우족의 영토인 그락카락이 위치하고 있을 장소로부터 이글거리는 빛이 천천히 하늘을 타고 오르는 것이 분명히 보였다.

 

“숲이 불타고 있잖아요?”

“케라하는 저것 때문에….”

 

그녀가 과거의 트라우마를 떠올려 폭주하게 만든 원인인 숲의 화재. 그저 착각이었던 게 아니었다. 모닥불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커다란 불빛이 어느 새 조금씩 그 높이가 기울고 있는 태양의 저편을 밝히는 중이었다.

 

“외부인! 당장 거기에서 멈춰라!”

 

불이 타오르고 있을 지점으로 향하던 우리의 발길은 들은 적 있는 굵은 고함소리에 의해 멈췄다. 머리는 큰 뿔이 난 소와 닮았으면서도 날카로운 이빨과 눈매는 역시나 사납다는 인상을 준다. 거기에 몸 전체에 박혀 있는 단단한 근육들은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충분히 설명해 준다.

 

“여긴 우연히 올 수 있는 곳이 아닐 터. 대체 무슨 볼일로 온 거지?”

 

타우족 경비병은 적대적인 태도를 굳이 숨기려 하지도 않으며 이쪽을 노려보았다.

 

“찾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은발 머리에, 키는….”

 

경비병은 이쪽의 말을 제대로 듣는 것 같지도 않다. 허나 그건 영문을 모르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굳이 더 들을 필요도 없이, 당연히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설마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 건 아니겠죠?”

“우리를 뭘로 보는 거냐! 게다가, 지금 저 안쪽의 상황이 보이지 않는 거냐?”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 무엇보다 신기한 건 저 정도로 격렬히 타오르고 있는 불에도 타우족들이 대피하기는커녕 이곳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우리도 저걸 보고 온 거야. 그런데,”

 

거기에 대한 해답은 마법사 소녀 쪽에서 이어지는 것으로 했다.

 

“그게 그 아이랑 무슨 상관이지? 딱히 물의 정령 같은 것도 아니잖아.”

 

그녀의 말대로다. 차라리 불을 끄게 만들고 싶었다면 더욱 적임자가 있지 않은가. 예를 들면, 조금 전에 만났던 얼음 마녀라던가.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군. 저게 단순한 불일 것 같나? 모두 인간…인간들 때문이라고-!”

 

어째서인지 경비병의 말투가 점점 험악해지는 것 같다. 기분 탓인가,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잠깐, 다들 조심해!”

 

마법사의 비명 같은 고함을 신호라도 삼은 건지, 경비병이 본연 그대로의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우왓!”

 

대검으로 서둘러 막은 것이 무색하게도 그를 저 멀리 날려버리면서 타우 경비병은 이번에는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무기라고는 돌을 적당히 깎아 나무에 묶은 ♡♥♥♡한 도끼뿐이었지만, 육체 자체의 힘과 질량이 이미 스치는 것만으로 이쪽의 살점을 뜯어낼 흉기다.

 

“잠깐, 어떻게 된-”

미처 보우건을 꺼내 장전할 틈도 없이, 경비병이 눈앞까지 쇄도했다. 시간이 부족하다. 이건 틀렸다는 생각과 함께 눈앞이 깜깜해지려는 찰나,

 

“플로레상!”

 

섬광과 함께 시야가 반대로 하얗게 물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법사 소녀가 옆으로 밀려 쓰러진 나를 부축해 주고 있었다.

 

“정신 차려! 여기서 멍하니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어느 새 자리로 복귀한 검사 역시 검을 들고 경비병의 도끼에 맞서고 있었다. 그래, 내가 지금 꼴사납게 무얼 하고 있는 거야!

 

“으앗!”

 

아무래도 타고난 힘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건지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이 튕겨 나온다.

 

“억-”

 

하지만 늦지 않게 발사된 화살이 타우 병사의 옆구리에 꽂힌다. 고통으로 비틀거리는 그의 뒤통수를,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검은 고양이가 사납게 덮친다. 오늘 하루 종일 함께 싸운 덕인지, 제법 호흡이 잘 맞는 팀 플레이였다.

몸이 무심코 뒤로 밀려날 만큼 굉장한 소리를 내며 타우 전사는 바닥에 쓰러졌다. 이 정도면 한동안은 일어나지 못할 거다. 미안하지만, 이쪽도 어쩔 수 없다. 사람 목숨이 걸려 있다고.

 

“이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락카락으로 들어서며 눈에 들어온 풍경은 이해가 갈 것 같기도, 아닐 것 같기도 한 모습이었다. 이곳의 주민일 터인 타우들은 모두 안쪽의 화재로 인해 혼란해 우왕좌왕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참고 기다리는 듯, 얼굴은 찌푸린 상태로 불꽃이 일어나는 숲 안쪽만 흘끗흘끗 바라보고 있었다.

 

“저 안에서 뭔가가 일어나는 건 분명하네요.”

 

타우들이 그들의 마을에 들어온 인간 일행을 경계하면서도 섣불리 손을 대지 않는 걸 보면, 세리아 양이 여기에 있는 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아마 수장격 되는 자가 단속을 해 둔 거겠지.

 

“멈춰라! 이 안으로는 못 들어간다!”

 

그렇게 나아가던 것도 잠시. 마을의 가장 안쪽을 지키는 병사들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우리를 들여보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이봐! 거긴 또 무슨 일이야!”

 

허나 상황은 우리에게 조금은 유리하게, 혹은 훨씬 더 골치 아프게 돌아가는 중이었다. 우리가 지나 온 마을 방향에서 조금 전 마을로 진입할 때 들었던 성난 고함소리와,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장 난리가 난 쪽으로 달려가야 할지, 우리를 막아야 할지 고민하던 병사들 역시 곧 그런 고민을 할 이유가 없게 되었다. 젠장, 대체 무슨 이유로 이들이 이렇게 미쳐가는 거지?

 

“수가 너무 많아요!”

 

이번에는 저 멀리 날아가진 않았지만, 이만큼의 수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우리들 중 누구도 불가능했다. 가까스로 병사 하나를 쓰러뜨리고 나자, 그 뒤를 잇는 나머지와 마을에서도 낌새를 채고 몰려오는 타우들이 우리를 완전히 포위하려 하고 있었다.

 

“이쪽으로!”

 

더 이상 싸우려고 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 머뭇거리는 두 사람을 끌고 서둘러 높은 바위 언덕 위로 올라간다. 우리 인간이 타우족들보다 신체적으로 나은 게 있다면, 약간이나마 높은 장소로 재빨리 뛰어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몸이 육중한데다 단단한 굽으로 된 발을 가진 타우들은 민첩하게 바위 사이를 건너뛰는 데에는 우리만 못하다.

 

“방금 건 괜찮았는데, 이제부터 어쩌지?”

 

마법사 소녀가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 말대로 일단 공격으로부터 피하기는 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 위에 꼼짝없이 갇힌 꼴이다.

 

“이걸 쓸 수 없을까요?”

 

검사가 제법 둥글둥글해 보이는 바위를 가리켰다. 민다고 쉽게 굴러갈 것 같진 않지만, 힘을 합친다면 어떻게든 움직일 수는 있을 것 같다.

 

“꽤 큼직하긴 한데, 그걸로 이 상황을 어떻게 하는 건 무리일 것 같은데.”

“아뇨, 이쪽을 이용하면 될 것 같아요.”

 

언덕과 맞닿아 있는 길목에, 제법 엉성하게 쌓여 있는 바위들의 무더기가 보인다. 저기에 큰 힘을 가할 수만 있다면, 딱 좋은 모양으로 무너져 줄지도 모른다.

 

“자, 그럼 밀어요! 하나, 둘, 셋!”

 

두 명, 그리고 힘으로는 그다지 전력이 안 될 것 같은 한 명이 ♡♥♥♡ 먹던 힘을 짜내 바위를 밀기 시작한다. 모양과는 다르게 굴리는 것은 어림도 없었고, 답답할 정도로 느린 걸음으로 바위는 낭떠러지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직 멀었어요?”

“멀었어요! 더 힘껏 밀어요!”

“저기, 슬슬 놈들이 이쪽으로 올 것 같은데!”

 

믿고 싶지 않지만, 멀리 돌아온 타우들이 언덕을 올라오며 씩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서둘러요!”

“하고 있다고!”

 

그야말로 팔뚝이 터질 만큼 민 끝에, 바위는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며 쌓여 있던 바위 더미를 힘껏 때렸다. 마치 머리 위에서 천둥이 치는 소리를 내며 바위들은 무너져 내려, 마을 안쪽으로 향하는 길목을 깔끔히 막아 주었다.

 

“뛰어욧!”

 

망설일 틈도 없이 우리는 길목의 안쪽으로 뛰어내렸다. 물론 그쪽에도 몇 명의 병사는 있었지만, 어떻게든 얌전히 만들 수 있었다.

 

“으으…조금만 쉬면 안 될까?”

“안 돼요. 저것도 오래 가진 못할 거예요.”

 

입으로는 우는 소리를 하면서도 소녀는 벌떡 일어나 걸음을 옮긴다. 계속 느꼈지만 정신력도 상당한 것 같고, 사실은 꽤나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서둘러도 안 될 것 같아요. 이 앞은 그락카락의 중심부라고요. 아마…수장이 저 앞에 있겠죠.”

 

타우 같은 이런 육체파 종족들 사이에서 수장으로 불릴 만한 자라면 그 덩치나 힘이나 월등하게 강할 것이 분명하다. 이번에도 무작정 우릴 해치려 들진 않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그렇다면 오늘 했던 것 중 가장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무언가 안에서 극도로 중요한 일을 벌이고 있는 듯, 중심부로 향하는 길에는 으레 있을 만한 경비병 하나 서 있지 않다. 저 안쪽에는 타우들의 왕과, 세리아 양만이 있다는 것이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온갖 뒤숭숭한 상상이 떠오르는 머리를 애써 비우며 드디어 오늘 수색의 목적지였던, 그락카락의 중심부에 발을 디딘다.

 

“어….”

 

그곳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여기까지 달려오며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세리아 양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다. 들었던 대로 신비롭게 반짝이는 은발에 이 숲의 요정이라고 해도 믿을 가녀린 모습을 한 소녀는 옷에 먼지 하나 묻지 않은 모습으로, 다만 난처한 표정을 한 채 잘 정돈된 풀밭 위에 서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쪽은 다른 한 명의 인물 쪽이었다. 다른 타우들의 두세 배는 되어 보이는 검은 거체(巨體)에, 온 몸을 뒤덮은 흉터와 한 쪽이 부러졌음에도 여전히 그 위세를 간직하는 커다란 뿔은 그가 한 부족의 수장으로서 안락한 생활만을 해온 게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 자가, 앞에 서 있는 소녀와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바닥에 엎드려 있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거듭 소녀에게 무언가를 부탁하고 있다.

 

“…무리예요, 이건.”

 

그리고 소녀는 곤혹스럽다는 표정으로 그 부탁을 물리치는 중이었다.

 

“세리아 씨!”

“아-”

 

이쪽을 알아챈 소녀의 눈이 놀라움으로 가득 차는 것이 보인다.

 

“모험가님들이신가요?”

 

바닥에 엎드려 있던 타우의 왕 역시 새로운 방문자를 알아채고 눈길을 돌린다.

 

“구하러 왔습니다. 어서 돌아가요!”

“잠깐, 지금 그런 말은-”

 

그녀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거의 사람 한 명 분의 크기를 한 도끼가 말을 꺼낸 검사가 있던 자리에 내리꽂힌다.

 

“어리석은 놈들!”

 

타우 왕의 노여움이 서린 호통이 그의 왕좌인 숲 속의 공터를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저 안에 무엇이 있는지 너희들은 모르느냐!”

 

그락카락의 가장 안쪽에 있는 이 장소는, 동시에 그 너머를 태우고 있는 화재 현장과 바로 맞닿아 있는 곳이기도 했다. 지금도 생명이 가득해야 할 숲을 새빨갛게 태우는 불꽃이 바로 지척에서 보였다.

 

“이곳은, 아라드를 떠받치는 대마법진이 있는 곳이다! 저게 화재로 소실되면, 우리 뿐 아니라 이 땅에 있는 모든 생명들이 끝장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자기들 살 궁리나 하려 도망치려 하느냐-라며 그는 우리를 꾸짖는다. 분명히 거기에는 끓어오르는 분노가 눈으로 보아도 느껴질 만큼 강한 열기를 내뿜고 있지만, 아까까지 만났던 타우들을 지배한 광기와는 전혀 다른, 명백히 이성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샤우타 님, 저건 평범한 불이 아니에요. 저건 분명히….”

 

세리아 양은 말끝을 흐리며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저기, 샤우타 님이라고 하셨죠? 대체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겁니까?”

 

여기까지 오며 대강의 상황은 눈으로 볼 수 있었지만, 역시 제대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라드라는 게 내가 떨어져내린 이 세상의 이름이라는 건 알겠는데, 대마법진이라는 건 또 무엇이며, 그게 없어지면 모두 죽는다는 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뭐라고? 모험가라는 자가 그런 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들어왔다는 거냐?”

 

샤우타가 다시 역정을 내려는 찰나, 격렬히 화염이 솟구치고 있는 현장으로부터 뭔가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나 풀 따위가 불이 붙을 때 나는 소리와는 명백히 다르다. 이건…뭔가 살아있는 것이 불에 타며 지르는 비명에 가까웠다.

 

“부탁하네! 제발 저 불을 어떻게 좀 해 주게!”

“그러니까, 저는 무리라니까요….”

 

다시 소녀에게 엎드려 부탁하는 샤우타. 대략적인 사정은 알겠다. 그게 뭐건 간에 대마법진이라는 중요한 것이 있는 숲에 불이 났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저 소녀를 데려온 갓 같은데, 딱 그 부분부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잠깐, 이봐요! 이 아가씨가 혼자서 저 불을 끌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샤우타는 대답 없이 땅에 머리를 처박은 채 으르렁거리고만 있다. 가만히 보니, 그는 머리를 감싸 쥔 채 괴로워하고 있다.

 

“이건 설마-”

“샤우타 님!”

 

이미 여러 차례 겪은, 오늘 하루 중 가장 불길한 느낌이 뒤통수를 스치고 지나간다. 미처 대처할 틈도 없이, 치켜 올라간 거대한 주먹이 바람마저 일으키며 지면을 힘껏 내리친다.

 

“꺄악!”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힘인지, 지진이 난 것마냥 땅을 울리는 진동에 거기에 있던 모두가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그와 반대로 당당히 땅을 딛고 서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샤우타의 눈에는, 바로 방금까지도 멀쩡히 남아 있던 이성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젠장, 모두 준비해!”

 

나도 차마 꺼내기 싫었던 보우건을 꺼내 손에 쥐었다. 아마 이것이, 오늘 중 가장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다. 살짝 흔들어 남은 화살의 양을 확인하고 나서, 일단은 검사에게 앞서서 해야 할 일을 부탁했다.

 

“우선 세리아 양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줘요.”

 

순수한 분노로 가닥 찬 입김을 내뿜으며 샤우타는 거대한 도끼를 양손으로 쥐었다. 대화의 여지는, 억울하지만 활용할 기회조차 없었던 듯하다.

 

온 숲을 압도하는 고함소리와 함께, 불타는 전장에서 거대한 전투가 마침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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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v100
  • 델리가없져
  • 진(眞) 미스트리스 바칼

    모험단Lv.37 깊은산속오두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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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마살

    2024.04.162,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