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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 of Morning 2.5화

 레미디아 바실리카. 흰색 건물이 즐비한 벨 마이어 공국에서도 가장 눈에 띌 것이다. 수많은 스테인글라스들과 대리석이 빛을 받아 성스러움을 자아내고 있으니. 

 

 이 곳은 검은성전에서 활약한 프리스트들의 총본산으로, 아라드 대륙의 수많은 사람들이 축복을 받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다. 심지어는 외국의 귀족, 왕족조차도 방문할 정도.

 

“... 이번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레미디아 바실리카의 중앙. 빛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고 불리는 대예배실에서 10대 중반으로 보이는 소년이 기도를 마치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부탁이 있습니다.”

 

 소년의 뒤에는 흑색의 중갑을 입고 있는 30대 중반의 남자가 서 있었다. 뒤에 기사들이 한치의 빈틈도 없이 그를 호위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 굉장히 높은 사람일 것이다.

 

“전에도 말했듯이, 더 이상 그렇게 말을 높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소년은 쓰고 있던 머리덮개를 벗고 뒤를 돌아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며칠동안 밤을 샌 것처럼 피곤에 찌들어있었다. 그러면서도 소년에게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눈치였다.

 

“죄송하지만 기도하실 것이 아니라면 돌아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그런 남자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고 단호하게 말하였다. 

 

“무엄한….!” 

 

 남자의 옆에 있던 기사가 검을 치켜들려 하였다. 그러자 남자는 기사의 팔을 잡아채며 호통쳤다.

 

“이런 성스러운 곳에서, 성자께 무슨 무례란 말이냐! 당장 멈추어라”

 

“허나…!”

 

 기사는 다소 억울하다는 듯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나서지 말라. 이것은 그렇게 해결할 일이 아니니라.”

 

 사내는 기사를 멈춰세우고는 소년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선 무릎을 꿇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남자는 비장한 표정으로 다시한번 소년에게 애걸하였다. 그러나 소년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았다.

 

“전하. 그런 것은 제가 아닌, 신께 기도하십시오. 제가 해 드릴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우리 데 로스는 천하 패권을 잡지 못하게 됩니다! 제발 이것이 저, 헬름 하인리히만의 야심때문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는 아라드의 평화와도 직결된 문제입니다!”

 

 데 로스 왕국의 왕 헬름 하인리히 1세. 그는 30만의 대병력을 일으켜 펠 로스 제국과 전쟁을 일으킨 왕으로 아라드의 패권을 쥐고자 한 야심가이다. 야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기 전에도 펠 로스 제국의 칙사에게도 목을 꼿꼿이 세웠던 그가, 지금 성당의 소년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 이 벨 마이어 공국이 세워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것은 대륙에서 벌어진 전쟁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을 가장 많이 일으킨 것이 데 로스 왕국이었지요.”

 

 소년은 무릎까지 꿇은 왕을 앞에 두고도 자신의 견지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왕도 마찬가지였다.

 

“알고 있습니다. 데 로스 왕국은 그 누구보다 벨 마이어 공국과 가까운 곳에 있으니까요. 허나, 이는 모두 펠 로스 제국이 아라드를 망쳤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수많은 제후들이 주제도 모르고 제국에서 벗어나 왕을 지칭하였지요.”

 

 왕은 무릎은 꿇었을지언정 위엄이 죽지는 아니하였다. 헬름은 당당히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왕을 지칭한 그들은 펠 로스의 진정한 후신이라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전쟁을 일으켰지요. 그로 인해 민생이 완전히 파탄났습니다.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모색하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허나 펠 로스의 향수가 너무 강해 150년간 전쟁이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헬름의 역설에 돌아온 것은 소년의 냉담한 대답 뿐이었다.

 

“그 전쟁을 가장 많이 일으킨 것도 데 로스 왕국이라고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펠 로스 제국과 멀리 떨어진 팔로만에 도읍을 둔 데 로스 왕국이 조금이라도 펠 로스 제국과 가까워지기 위해 말입니다.”

 

 소년의 말에 왕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였다. 

 

“돌아가십시오. 다음에는 부디 옛날처럼 평화만을 위해서 기도드리러 오시길 바라겠습니다.”

 

 데 로스의 통일로 평화를 이룩하겠다는, 정복전쟁의 의도를 깔고 있는 왕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소년은 그대로 예배당의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 무엇을 바라십니까? 여자? 돈? 권력? 혹은…”

 

 왕은 비장한 표정으로 교섭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소년은 여전히 흥미가 없다는 듯이 헬름을 지나쳐갔다.

 

“윽….!”

 

 소년을 막으려는 기사들은 소년의 눈과 마주치자 온 몸의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기사들은 소년을 멈춰세우지 못했다.

 

“설령 황제의 자리라도!”

 

 헬름이 말하자 그 자리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헬름이 큰 소리를 내서가 아니다. 그가 말한 내용 때문이었다.

 

“저는 그저 왕으로 남아도… 혹은 당신께서 저를 침략자라 매도하며 사형에 처하셔도 괜찮습니다. 제발… 예전처럼 저를 도와주십시오…! 성안의 미카엘라시여...”

 

 왕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소년, 성안의 미카엘라는 예배당을 나가려는 것을 멈추고 다시 왕을 향해 걸어왔다.

 

“황제… 그것은 전하께서 그토록 바라시던 자리 아닙니까? 그것을 남한테 넘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의 성안이 헬름을 바라보았다. 헬름은 그 성안을 앞에 두고도 낯빛하나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굳건하게 말하였다.

 

“맞습니다. 저는 역사에 영광스러운 이름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목표가 있습니다.”

 

 헬름은 천천히 일어났다. 

 

“과거에 당신이 위장자들로부터 저를 구해주신 후, 저는 당신처럼 다른 이들을 구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안되더군요.”

 

 계시. 프리스트들이 신께 받은 것으로, 계시를 받음으로서 위장자들을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선택받은 이들만이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아무리 뛰어난 자라도, 계시를 받지 않으면 위장자와 일반인을 확실히 구분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저는 저 나름대로의 방식을 찾았습니다. 바로 아라드를 하나로 뭉치게 하여 일어날 재앙에 더더욱 대비하는 것.”

 

“펠 로스 제국도 그랬습니다. 허나 멸망했지요.”

 

 미카엘라는 덤덤히 반문하였다. 데 로스와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문화적, 군사적 성취를 이루었던 대제국 펠 로스조차 오즈마와 위장자들의 공격에 무너졌다. 과연 데 로스가 통일을 하더라도 다를까?

 

“저희는 다를 것입니다. 저희는 약한 자로서의 서러움과 강한 것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으니까요. 끊임없이 저희와 같은 약자를 포용하고 그들을 위해서 강해질 것입니다. 위장자… 아니 그 이상의 것이 오더라도 막아낼 수 있게.”

 

 헬름의 눈은 어느덧 눈물이 멈추고 자신의 열망에 의해 불타고 있었다. 

 

“....”

 

 그러나 미카엘라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헬름은 간절하게 미카엘라가 자신에게 도움을 주기를 바라였다.

 

“... 돌아가십시오.”

 

“미카엘라님!”

 

 헬름은 격앙된 표정으로 미카엘라를 간절히 불렀다. 그러나 미카엘라는 여전히 그를 신경쓰지 않고 예배당을 나가려고 하였다.

 

“당신께서 저를 도와주기 전까지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헬름의 간절한 외침을 뒤로하고 미카엘라는 걸어나갔다.

 

 그렇게 몇 일이 지났을까. 헬름의 얼굴은 점점 메말라갔다. 며칠동안 기사들이 밥과 물을 가져다주어도 먹지 않았다. 오직 미카엘라가 나타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7일째 밤에 미카엘라가 그에게 찾아왔다.

 

“정말 완강하시군요. 제가 다시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신 겁니까?”

 

 미카엘라는 레미디아 바실리카를 세우고 난 후 자취를 감추었다. 다만 간간히 모습을 드러내어 신도들을 위로하고 프리스트들을 단련시켰다. 이번 또한 그 일환이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죽을 수밖에 없겠죠.”

 

 헬름은 비록 다 죽어가는 상태였지만 여전히 눈만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7일 전보다 더욱 불타오르고 있었다.

 

“후…”

 

 미카엘라는 한숨을 뱉었다. 그리고는 천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게 버림받은 신이시여… 이것이 당신의 뜻입니까?”

 

 성직자라면 이해하기 힘든 말을 한 뒤 미카엘라는 헬름을 다시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도와드리지요.”

 

“!!! 정말입니까?”

 

 헬름은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7일만에 일어난지라 금방 주저앉았다. 그럼에도 들뜬 기색은 감추지 못했다.

 

“어떠한 재난이 닥치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나라… 펠 로스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데 로스는 다르길 바라겠습니다. 부디 지금의 의지를 잊지 않기를...”

 

 미카엘라는 헬름에게 손을 내밀었다. 헬름은 기쁜 듯이 그 손을 바로잡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뿐만 아니라 제 후손들까지 모두 이 마음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헬름은 자신만만하게 미카엘라에게 말하였다. 한편으로는 미카엘라에게 무엇인가 보답하고 싶었다.

 

“혹시, 바라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헬름의 말에 미카엘라는 잠시 침묵하였다. 그리고는 헬름을 뻔히 바라보았다. 마치 헬름조차 죽고 없을 먼 미래를 바라보는 듯이.

 

“그렇게까지 완고하게 지키시지 않으셔도 됩니다만…”

 

“아… 예! 무슨 법규입니까?”

 

헬름은 반갑다는듯이 미카엘라에게 물었다. 그러나 미카엘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은 아니고 그저, 권장사항입니다만…” 

 

 미카엘라는 잠시 말끝을 흐렸다. 무언가 말하기 껄끄럽다는 듯이. 그러나 결국 입을 열었다.

 

“전하… 그리고 그 뒤의 집권자들 모두 점술가를 조심하셨으면 합니다.”

 

 점술이란 것은 데 로스 제국에서 상당히 흥하는 것이다. 물론 프리스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교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갈등을 빚은 것은 아니었다.

 

“혹시나 어째서인지… 아, 혹시 프리스트들의 신앙을 저희 데 로스의 국교로 삼길 바라시는 것입니까?”

 

 헬름은 의아함을 숨기지 않고 미카엘라에게 물었다.

 

“모든 점술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마 언젠가 이 아라드에 큰 혼란을 빚을 것입니다.”

 

 모든 진실을 꿰뚫어 본다는 미카엘라가 확신을 갖고 말하는 것이다. 헬름은 수긍했다.

 

“알겠습니다. 꼭 점술가들의 말은 조심하겠습니다. 아! 혹여나 그들을 미리 제거한다면…”

 

 헬름은 검을 뽑아 베는 시늉을 하였다. 그러나 미카엘라는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점술가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시면 됩니다. 후대의 왕… 아니, 황제들도 말입니다.”

 

 황제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일까? 헬름은 표정이 밝아졌다. 이는 미카엘라가 데 로스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을 터.

 

“감사합니다! 꼭 명심하겠습니다!”

 

 거동하기 힘든 몸임에도 불구하고 헬름은 펄쩍 뛰었다. 역시나 헬름은 바로 중심을 잃고 쓰러지려 하였다. 이를 미카엘라가 잡아서 다시 일으켜세웠다.

 

 이후, 미카엘라의 부탁을 들은 팰러딘들을 헬름 1세가 칸티온의 전장으로 이끌고 나타났다. 검은 성전을 승리로 이끈 미카엘라와 프리스트들이 데 로스를 지원하자 아라드의 수많은 민심이, 그리고 펠 로스에서 공을 세우던 영웅들을 크게 요동시켰다.

 

 팰러딘 부대의 참전으로 인한 혼란, 팰러딘부대의 활약, 그리고 마침내 성공한 신관 지그의 제거. 이 세가지 요인으로 인해 마침내 데 로스 왕국은 펠 로스 제국을 꺾고 제국을 천명하였다.

 

 그리고 제국이 된 데 로스에서 점술가들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졌다. 

 

https://piction.network/project/leonheinrich/posts/1092 < 2.5화 픽션 링크

 

 원래대로면 이번화가 2화의 도입부를 장식할 예정이었는데 생각보다 길어져서 외전을 슬쩍 뺐습니다. 사실 이 칸티온 전투를 소설로 써보려했는데 위에서 나와있듯 미카엘라 가라사대... 이런 전개가 많이 나올 것 같아서 레온을 넘어왔네요. ㄷㄷ

 어쨌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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