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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 of Morning 2화

 

 300년 전, 칸티온 전투. 당시 왕국이었던 데 로스와 비록 쇠하였지만 여전히 제국이었던 펠 로스가 아라드의 패권을 두고 다툰 전투. 데 로스의 30만 대군을 적으로 두고도 펠 로스의 3만의 군세는 잘 버텨내고 있었다.

 

 이는 펠 로스의 향수를 잊지 않은 수많은 영웅들이 펠 로스 측에 서서 싸웠기 때문이다. 특히 신관 지그의 활약은 그 영웅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었다.

 

 이에 데 로스의 왕 헬름 하인리히 1세는 신관 지그의 제거와 데 로스의 편에서 싸워줄 이름높은 영웅을 영입하였다. 바로 검은 성전을 마무리 지은 성안의 미카엘라와 프리스트들. 

 

 헬름 1세는 전쟁에 프리스트들을 동원한다는 것을 마음에 들지 않아하던 미카엘라를 설득하였다. 결국 한가지 조언을 듣는 것으로 프리스트들의 참전이 결정되었다. 이 때 참가한 팰러딘 부대의 활약과 신관 지그의 제거로 데 로스 제국은 마침내 칸티온 전투에서 승리한다.

 이후, 팰러딘의 본산인 그라시아 가문의 일부는 데 로스에 남아 성기사를 이끌었고, 헬름 1세는 미카엘라의 조언을 지키려고 하였다.

 

 그 조언은 ‘점술가의 말을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이것으로 인해 그동안 성행하던 점술 신앙은 크게 쇠퇴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간 성행하던 신앙이 쉽게 사라지진 않았다. 아직도 여전히 비밀리에 점술가를 초빙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공공연하게 탄압하는 것이 아니라지만 그렇다고 고운 시선으로 보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미카엘라의 조언을 직접 들은 황실은 더더욱.

.  . .

 

“하하하! 이게 누구신가! 나의 아우, 레온 아니신가?”

 

 복도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데 로스 제국의 1황자 세른 하인리히. 현 황제인 헬름 하인리히 2세가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이었기에 크나큰 총애를 받았다. 

 

“세른 형님…”

 

 레온은 세른을 바라보았다. 세른은 실실 웃으며 레온에게 다가왔다.

 

“그래, 오늘은 또 무엇을 배운 것이냐? 조금 더 힘내보거라. 황태자로 뽑혀야하지 않겠느냐?”

 

 분명 황태자가 되어야했을 것은 장자인 세른이었다. 하지만 레온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모든게 망가지기 시작했다. 황제는 황태자를 고르는 것을 유보했다. 

 

“형님. 저는 예전에도 말씀드렸다싶이 황태자가 될 생각이 없습니다.”

 

 자신을 향한 황제의 기대와 사랑이 레온에게 빼앗긴다고 생각하니 세른은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레온이 권력욕이 없다고 역설해도 계속해서 재능을 드러내는 레온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억장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그런 녀석이 기사 단련소에 들어가 상급기사까지 꺾었다지? 훌륭하구나. 문과 무, 모두 놀라운 성취야! 범재인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구나!”

 

 분명 세른도 명석했다. 살인적인 황자의 교육방침을 소화해내고 있으니까. 하지만 모든 면에서 레온에게 뒤쳐졌다. 그저 앞선 것은 적장자라는 것 뿐.

 

“저는 그저, 형님을 포함한 모든 이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입니다. 결코 형님을 불편하게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물론 레온의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다. 그는 그저 자신의 신조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하하! 그래그래… 나같은 범재들을 구원하기 위해서 천재님께서 나서주시다니! 멋지구나. 역시 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겠구나.”

 

 여전히 세른에게는 달갑지 않게 다가왔다. 너가 뭔데 나를 위하냐, 나를 위해서면 당장 눈 앞에서 사라지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합니다.”

 

“무슨 소리냐, 그건? 너가 아무것도 못한다니?”

 

 세른은 여전히 실실 웃고 있었다. 레온이 한 말에 대한 분노를 꾹꾹 우겨넣은채. 

 

“제가 가진 재능은 저의 것이지만, 이를 빛내줄 수 있는 것은 다른 이들의 인정 뿐입니다. 그들이 없다면 저도, 저의 재능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존재하기 위해, 남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역시 역겨운 녀석이다. 그렇게나 자신을 빛내고 싶은 것이냐? 남들을 발판으로 삼고서? 그래, 그렇지. 나도 다른 녀석들도 전부 너의 빛을 더 돋보여줄 그림자인 것이겠지. 

 

“형님?”

 

 세른은 더이상 웃고 있지 않았다.

 

“쯧!”

 

 세른이 짜증난다는 듯이 미간을 좁혔다. 주변 궁인들은 이 불편한 상황을 어찌해야할지 몰라 허둥댔다.

 

“나름 형제의 정을 떠올려 한번 보러 왔건만, 역시 짜증만 나는구나. 시간만 버렸군.”

 

 더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세른은 뒤돌아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세른의 곁에 있던 궁인들은 레온에게 고개를 숙인 뒤 세른의 뒤를 따랐다. 레온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복도 한가운데에서 여전히 서있었다.

 

“여전히 한심하시군요.”

 

 레온은 주변 궁인들이 듣지 않게 작게 중얼거렸다.

 

 물론 자신의 재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독보적이기만 한 것일까? 자신이 듣기론 세른도 명석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노력해서 자신을 따라잡으면 되는 것 아닌가? 언제나 찾아와서 시비를 걸 시간에 책 한글자, 혹은 검을 한번이라도 더 휘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불쾌하군.”

 

 이미 세른과 마주친 시점부터 예상했던 것이지만. 항상 그렇다. 자신을 보면 비꼬거나, 욕하거나, 인상을 쓸 뿐이다. 좋게좋게 말해줘도 돌아오는 것은 부정적인 말 뿐. 저런 속 좁은 사람이 황제가 될 것임을 생각하니 짜증이 솟았다.

 

“차라리 내가....”

 

 아직 황태자는 뽑히지 않았으니…  비록 2 황자라지만 혹시….

 

“아니, 아니지. 그러면 안되지.”

 

 레온은 고개를 휘휘 저으며 방금 한 생각을 부정하였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세른 형님을 도우라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 않던가?

 

“어머, 저하. 이곳에 계셨습니까?”

 

 어머니의 말을 상기하며 하늘을 바라보던 레온의 앞에 궁정악사 아이리스가 나타났다. 여전히 천사같은 아름다운 용모는 주변 사람들의 눈길을 훔치기 충분했다.

 

“아, 아이리스인가. 미안하네. 잠시 생각할 것이 있어서 말이야. 안그래도 지금 찾아가려 했는데.”

 

“후후. 미안해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저는 선생의 신분이라고는 하지만 그저 궁정의 악사일 뿐입니다.”

 

“그렇지 않네. 아무리 높은 이라고 해서 시간을 어기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되네.”

 

 시간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 레온의 철칙이다. 특히 공부에 관한 것은 더더욱.

 

“....”

 

“무슨 일 있는거냐?”

 

 아이리스가 풍기는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무언가를 숨기는 듯이.

 

“잠시 다른 곳에 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음? 아아, 그런 것이냐. 폐하께서는 아시고?”

 

 어차피 자신이 개인적으로 요청한 음악 교육이었다. 그녀가 일이 있다면 굳이 붙잡을 것까지는 없었다. 

 

“예. 방금 윤허받고 왔습니다.”

 

 의외다. 아이리스의 실력은 역대 악사들 중 최고라 평가받고 있다. 황제는 지금 노구를 이끌고 정무를 이끄는데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 스트레스를 전부 녹여주던게 아이리스의 음악. 

 

 상당히 독선적인 황제라면 그녀의 문제를 권력으로 해결했을 터. 그런 황제가 쉬이 윤허했을정도의 일이라면…? 

 

“그보다 저하께 꼭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잘 들어보마.”

 

 그리고 그 이야기의 주체가 자신인 것 같으니 더욱 궁금해졌다. 

 

“지금 병에 걸려있으십니다. 아마 방에서 꿈쩍도 하기 힘들겠죠. 그리고 그로부터 3일 후면 암살자가 나타날 것입니다. 제가 어떻게서든 그 때에 맞춰 돌아올 것입니다만, 그간의 신변을 위해 베올 공을 곁에서 떨어뜨리지 마시지요.”

 

 그러나 들려온 이야기는 터무니 없이 황당했다. 병? 암살자?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계시라도 들은 것인가? 누구에게? 일개 궁중 악사가? 그보다도 나는 지금 굉장히 쌩쌩하다. 병이 들었다니, 무슨 말도 안돼는...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지? 너가 무슨 예언자라도 되느냐?”

 

 아이리스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지긋이 레온을 바라봤을 뿐. 레온은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마치 심연과도 같이 깊은 눈… 그런 눈을 또렷이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데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믿기지가 않는구나. 대체 왜 이런 무엄한 말을 하느냐?”

 

“... 일전에, 제가 어찌 저하와 베올 공이 오는 것을 알았냐고 물으시지 않으셨습니까?”

 

 정원에서 그녀와 만난 그날. 그와 베올은 정원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마치 홀리듯이 그녀의 음악소리가 들려왔고 자신과 베올은 음악소리의 근원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만난 것이 아이리스였고 마치 그녀는 자신과 베올이 올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했다.

 

“그랬지.”

 

 레온과 베올은 그것이 항상 궁금했다. 혹여 그녀가 기묘한 술수를 써서 자신과 베올을 꾀어낸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러나 그녀와 대화를 하며 서로 친분을 쌓다보니 그런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저하의 방에서 불길한 기운이 솟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한번 점을 쳐서 저하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그 때에도 마찬가지로 점술로 저하와 베올 공이 올 것을 알아냈지요.”

 

 그런데 이런 사람이었을 줄이야. 자신과 베올의 걱정이 들어맞은 것이다.

 

“점이라… 너는 이 나라가 점술에 대해 곱지 않게 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그리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점술가라는 사실을 밝힌다는 것은 상대방의 신뢰감을 더더욱 떨어뜨리는 행위이거늘. 차라리 프리스트들처럼 계시를 받았다 했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짓으로 저하를 믿게 해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운명은 절대적인 것… 설령 대예언가라 할지라도, 신이라 해도 피해갈 수 없지요. 그렇기에 저는 제가 점술을 했다고 해도 두려울게 없습니다. 아무리 점술을 믿지 않는다해도 그 운명은 반드시 다가오니까요.”

 

 아이리스는 당당했다. 자신에게 숨기는 점이나 불리한 말은 하지 않았다는 듯이. 그렇기에 레온은 더더욱 황당했다.

“어이가 없군. 못 들은 것으로 하겠다. 앞으로는 음악 교육은 듣지 않도록 하지.”

 

 무엄해도 이보다 무엄할 수가 없다. 점술을 꺼리는 국가의 황자에게 점술의 내용을, 그것도 자신에 대한 불길한 미래를 말하다니. 이는 자신을 능멸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졌다. 레온은 자신의 방으로 가버리려 하였다.

 

“그럼, 전해드린 것으로 알고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준비해야하오니…”

 

 준비? 대체 무슨 준비? 수상하기 그지없는 말들을 줄줄이 늘여놓은 뒤에 무언가를 준비한다고 하니 위험해보였다.

 

“그건 대체 무엇을 준비한단…”

 

 그러나 레온이 뒤돌아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체 그간 자신이 보아온 천사같은 여인은 누구였던 것일까. 귀신에게라도 홀린 것일까? 그동안 품어왔던 그녀에 대한 의혹들이 폭발하였다.

 

“아냐, 이럴 때가 아니야. 어서 황제 폐하께 가서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대체 감언이설로 황제를 속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잡아 심문해 보고 싶었다.

 

“저하! 레온 저하!”

 

 그 순간, 멀리서 누군가가 자신을 성급히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베올?”

 

“저하! 무사하십니까?”

 

 상당히 오랫동안 무리해서 뛰어다녔는지 숨이 차보였으며 온 몸이 땀으로 뒤덮혀 있었다.

 

“이봐, 베올! 대체 무슨 일인거냐? 설마 아이리스가 너에게도....!”

 

 무거운 판금갑옷을 이리 뛰어다니며 자신을 찾아다닐만한 것이면 혹시 아이리스가 베올에게도 마수를 펼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예? 설마 저하께 이미 왔다 간 것입니까?”

 

 제길.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형님을 만나 가뜩이나 기분이 안좋았거늘 마음에 들던 궁중 악사가 그런 사람이었을 줄은…

 

“설마 형님이…”

 

 생각해보면 갑자기 ‘형제간의 정’ 운운한 것이 상당히 이상했다. 처음부터 아이리스는 형님이 보낸 간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베올! 어서 폐하께 가서 아이리스에 대해 설명을…!”

 

 레온은 일단 아이리스를 붙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왠지모르게 지금 바로 움직인다고 해서 그녀를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미 폐하께 보고는 드렸습니다. 폐하께서는 신경쓰지 말라고…”

 

 레온은 당황하였다.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황제가 용납했을리가 없다고. 당황스러운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지니 레온의 사고는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황제께서 나를 제거하고 형님을 황태자로… 아냐. 그럼 그냥 황태자로 봉하시면 되실텐데… 아니면 형님이 아이리스로 폐하를 조종…”

 

 레온은 생각에 점차 잠기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가정이 가정을 쌓아올려서 그랬을까, 레온은 점점 몸이 무거워졌다.

 

“저하? 저하!”

 

 다급히 레온을 부르는 소리를 멀리하고 레온의 의식은 점점 사라져 갔다.

.  . .

“제길…!”

 

 베올은 화가 난 채로 레온의 방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벌써 레온이 병에 걸린지 3일이 지났음에도 병을 낫게 하기는 커녕 원인조차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아이리스의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인가…?”

 

 갑자기 찾아온 아이리스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했다. 곧 레온이 병 때문에 쓰러지고 3일 내에 암살자가 찾아올 것이니 그의 곁에서 떨어지지 말고 베올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는 주변에 접근하게 하지 말라는 황당무계한 말.

 

 더군다나 자신에게 이상한 팔찌를 주며 몸에서 떨어뜨리지 말라고 하였다. 레온을 지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할 것이라고. 그런 좋은게 있다면 레온에게 주면 좀 좋지 않겠는가? 이미 병에 걸렸으니 필요없다는 것인가?

 

 어쨌든 진짜로 병때문에 레온이 쓰러졌으니 마냥 헛소리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때에는 레온을 능멸하는 것 같아 불같이 화를 내고 아이리스를 쫓아냈다.

 

“젠장… 오늘이 3일째잖아…!”

 

 물론 폐하가 총애하는 2 황자 레온을 암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설령 1 황자라 할지라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쓰러지기 전 레온이 중얼거린 것이 상당히 신경쓰였다. 1황자의 음모? 그가 레온을 싫어하는 정도를 본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벌써 그러기엔 리스크가 매우 클 것이다.

 

“일단 저하의 방으로 들어야겠군…”

 

  화가 난 것을 잠시 진정시킬 겸 밖에서 호위를 서는 기사들을 격려해주기 위해 잠시 나왔던 것이다. 점술이니 뭐니 하는 것은 믿지 않지만 적어도 레온을 직접적으로 호위할 사람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뿐.

 

‘엘리자베스님이 살아계셨더라면…’

 

 이미 죽은 레온의 어머니. 베올은 누구보다 올곧고 밝았던 그녀가 죽고 레온의 마음의 안식처는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하였다. 엘리자베스의 빈자리를 끝없는 노력과 성취로 채우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 대가가 황제로 유력한 1황자와의 대립… 만약 정말로 1황자의 음모라면…’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의 안식처를 찾으려던 행동이 자신의 목을 조이고 있었다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은 것이다. 

 

‘아니, 아니지.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말자. 그저 저하는 살인적인 일정들을 소화한 것이 무리가 되어 기절하신 것일테야.’

 

 말이 씨가 된다 하지 않던가. 베올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레온이 쾌차하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 ……!”

 

 생각보다 생각이 길어져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늦어졌다고 생각한 무렵, 복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거기 누구 있는가?”

 

 베올은 들고있던 전등을 반대편 복도쪽으로 비추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고요한 정적뿐이었다. 그냥 바람소리라고 생각하면 되었겠지만 그러기에는 사람의 말소리에 가까워보였다.

 

“이곳은 제 2 황자 레온 저하의 거처이시다. 수상하게 굴지 말고 당장 나오거라.”

 

 베올이 두번이나 복도에 대고 질문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옆에 있던 그의 부하가 나서서 말렸다.

 

“대장, 그냥 벌레소리 같은데 무시하시는게…”

 

 평소라면 그런가보다 하고 무시했겠지만 아이리스의 말 때문에 예민해졌기 때문일까. 베올은 상당히 예민하게 소리에 반응했다.

 

“아냐, 뭔가 이상해. 너무 고요한 것도 그렇고… 잠시 보고 올 테니까 저하의 신변에 누가 되지 않게 호위에 집중하도록.”

 

 자신이 가겠다는 부하의 말을 뒤로하고 베올은 반대쪽 복도를 향해 달려나갔다. 

 

“!!!”

 

 그렇게 달려나가자 마자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위가 뾰족한 검은 모자를 쓴 이들이 서둘로 계단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거기 서지 못할까!”

 

 베올이 호통을 치자 깜짝 놀란 부하들의 일부가 베올의 곁으로 뛰어왔다. 베올은 자신이 직접 이들을 이끌고 거수자들을 쫓아갈 것을 생각했지만 레온의 곁을 지키라는 아이리스의 말이 떠올랐다.

 

“검고 뾰족한 모자를 쓰고 있는 이들이다. 이 궁궐에서 일하는 이들 중 그런걸 쓰고 있는 자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당장 쫓아서 잡아내라!”

 

“예!”

 

 부하들에게 거수자를 쫓을 것을 명한 뒤 베올은 다시 레온의 방 앞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남아있던 부하들에게 다른 명령을 내렸다.

 

“지금 당장 호위 병력을 더 지원받아라. 수상한 이들이 레온 저하의 침실 주변을 서성였다고 하고.”

 

 부하들은 명을 받들고 빠르게 뛰어갔다. 그리고 베올은 빠르게 레온의 침실 문을 열었다.

 

“이런.”

 

 거짓말처럼 방 안에는 검은 복면을 얼굴에 둘러싼 사내가 손에 무언가를 레온에게 먹이려고 하고 있었다.

 

“이놈!!!”

 

 베올은 연환격을 사용하며 거수자를 공격했다. 미끄러지듯 빠르게 이동하며 상대를 베는 이 기술은 비록 기초적인 것이었지만 숙달되면 결코 무시할수만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효과적으로 상대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성급한 녀석이로군.”

 

 그러나 사내는 가소롭다는 듯이 움직이지 않았다. 연환격을 그냥 맞아준다고? 공격을 허용하면 뒤에 이어질 공격들에 속수무책으로 당할텐데? 

 

 하지만 기회는 기회. 빠르게 레온의 신변을 확보하는 것에 정신이 팔린 베올은 빠르게 상대에게 도달하여 베어버렸다.

 

“크크, 여기 있다.”

 

 그러나 베어버린 것은 사내의 환영이었다. 본체는 베올의 옆! 사내는 검을 치켜들었다.

 

“잘가라.”

 

 사내의 검은 순식간에 베올의 목을 향해 당도했다. 베올은 빠르게 몸을 돌려 검으로 사내의 검을 강하게 쳐냈다.

 

“크윽!”

 

 만약 조금이라도 인지하는 것이 늦었다면 베올의 목은 땅바닥에 나뒹굴었을 것이다. 아니, 사내가 조금만 덜 방심했다면 죽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반응속도였는지 베올이 받아친 검에 잠시 거리를 둔 것이 그 증거.

 

 그러나 물러난 것도 잠시 사내는 검을 다시잡아 휘둘렀다. 

 

“뭣…?”

 

 사내의 옆에 두명이 더 늘어났다. 고도의 환영인지 사내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내는 베올을 향해 돌진했다. 베올은 당황하였지만 아까처럼 다급하게 일을 그르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차분하게 숨을 가다듬고 힘을 모았다.

 

“!!!”

 

 섬광과 함께 검기가 공기를 찢으며 사내에게 날아들었다. 양 옆의 환영은 검기에 그대로 찢겨져 나갔다. 그러나 정작 사내 본인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거리를 벌린 이유가 있었구나!”

 

  사내는 베올의 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그리고선 이번에도 베올의 목을 향해 검이 날아들었다.

 

“환영을 쓰는 것은 네녀석만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베올의 앞에 검은 그럼자가 솟구쳐나왔다. 사내는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고 공중을 향해 날아올랐다.

 

 제국 검술, 환검. 전방으로 환영을 보내 상대를 두번 베어버리는 기술. 비록 사내처럼 환영의 형체가 정교하지는 않았지만 상대를 견제하는데에는 충분하였다.

 

‘근접거리에서의 환검을 피해낼줄이야… 솔직히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거늘…’

 

 첫 접전 때 방심한 사내와 다르게 베올은 전력이었다. 그럼에도 사내는 공격을 멈추고 가볍게 베올의 환검을 피해냈다. 

 

“오호, 생각보다 제법이구나.”

 

 놀라운 것은 사내도 마찬기지인 듯 하다. 그러나 베올처럼 당혹스러운 느낌이 강하다기보다는 오히려 흥미로운 느낌. 제국의 상급기사인 베올을 상대로 이런 여유를 부리는 것이다.

 

‘대체 뭐냐, 이 사내는…’

 

 무언가 이상하다. 암살자의 느낌이 아니다. 분명 암살자라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자신에게 발견된 즉시 도주를 하거나 급한대로 레온의 입에 그것을 물린뒤 도주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내는 그럴시간이 충분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베올이 앞뒤가리지 않고 돌격한 것 또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 무언가 이 사내는 암살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졌다. 

 

“제법이야, 제법. 크크크크크.”

 

 사내는 베올을 앞에 두고 계속하여 웃기 시작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러한 이상한 행동에 베올은 더욱 긴장하였다.

 

“그래, 그래… 황실이라면 이정도는 되야지.”

 

 남자는 다시 검을 치켜들고 베올과 마주보았다. 베올은 레온을 뒤로 두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다시 자세를 잡았다. 

 

‘나보다 강할지도 모르는 상대다… 빨리 병력이 증원되야만 해!’

 

 베올은 침을 삼켰다. 잘못하다가는 자신의 마지막 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런 베올의 긴장을 알기는 하는지 사내는 즐겁다는 듯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네놈이 죽을 자리를 제대로 찾아 왔구나.”

 

 

 https://piction.network/project/leonheinrich/posts/1092​ < 2화 픽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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