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렘은 언제나 어두웠어요.
로열 카지노에서 뿜어져나오는 화려한 빛을 빼면, 언제나 어둠에 휩싸여 있었지요.
구름 낀 밤하늘은 칙칙한 우물색이어서, 우물을 들여다볼 때마다 당장 뛰어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 안에 하늘이 있는 걸까. 나도 하늘에서면 괴롭지 않아도 되는 걸까.
모험가 님께서 자유를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몸을 던졌을지도 몰라요.
지금은 소용없는 생각이지만요.
그거 아세요? 노예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쓸모없는 것'이에요. 실수를 할 때마다, 주인님의 심경을 거스를 때마다 이 말과 함께 매질이 날아들어요. 저는 쓸모없고 싶지 않았어요. 자꾸 도망만 쳤잖아요. 맞서 싸울 힘도, 용기도 없이 약자를 비웃고 강자를 두려워하면서.
결국 저도 힘없는 노예에 불과한데 말이에요.
카쉬파와 맞서 싸우는 모험가님을 보며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역시 힘이 있어야 싸울 수 있구나.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생각이 바뀌었어요. 중요한 건 힘이 아니었어요.
모험가님. 저 같은 겁쟁이를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제게 자유를 가르쳐주셔서, 이름을 주셔서 감사해요.
갚을 방법은 이것 뿐이었어요.
용기를 냈어요. 가슴 밑바닥에 남아있는 용기를 긁어모아 있는 힘껏 대들었어요. 그 사람, 정말 강했어요. 겁이 나 온 몸이 떨렸어요. 하지만 모험가님이 말하셨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예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쓸모없고 싶지 않았어요.
미안해요, 모험가님. 고마웠어요.
백발의 여인이 소년의 시신을 감싸안았다. 그녀는 긴 검을 차고 있었고, 한쪽 손등에 보석이 박혀있었다. 그녀는 소년을 보며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제국에 의해 고통받던 시간. 힘없는 노예에서 벗어나고자 힘을 길러왔던 나날. 이 소년에게는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노예 생활이 소년을 순종적인 가축처럼 바꿔놓았다. 할렘은 너무도 가혹하게 아이를 떨어뜨렸다. 다시는 올라올 수 없도록. 그런데도 소년은, 스스로 악에 대항한 것이다.
여인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슬퍼할 겨를은 없다. 곧 카쉬파가 들이닥칠 것이다. 당장 소년을 죽인 자를 뒤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될 것이다. 여인이 몸을 숙였다. 심장파멸자에게 당한 흔적인 갈라진 가슴에 마수를 얹고 덤덤히 말했다.
"고생했어, 코브."
https://piction.network/project/gyeoli/posts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