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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파 A.C.T.>-여거너 2화

Another Characters Tale

 

2. 선더랜드, 전설의 알비노 고블린

 

“….”

“…?”

 

조금 노란 색이 더 섞인 녹색 피부와 약간 뾰족한 느낌이 드는 것도 같은 귀. 눈에는 제법 똘똘한 빛이 살아있는 정강이 정도밖에 오지 않는 작은 생물.

 

“…넌 뭐니?”

“전 토비예요.”

 

흠?

 

“고블린이고요.”

 

흐음.

 

“여기서 나무열매를 따고 있었는데요, 저 타우족 비스트한테 딱 걸려버렸지 뭐예요. 그래서 마침 열매랑 같이 잡아먹히려던 참이었고요.”

 

그래, 네 소개는 그 정도면 됐어. 원하던 대답은 아니지만, 그걸 네가 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하여튼 중요한 것은 오늘 내가 진행한 수색은 완전히 허탕으로 끝이 났다는 거니까.

 

“어, 이 방향으로 가면 인간 마을인데. 아! 인간이시니까 괜찮으시겠구나. 조금 까먹었어요.”

“그래그래. 그런데 너는 집에 안 가니?”

 

엘븐 가드로 돌아가는 길. 뜻하지 않게 만난 동행자는 옆에서 쉬지도 않고 재잘거리며 안 그래도 지쳐 있던 신경을 두 배 정도 더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 근처는 지금 타우족들로 우글우글해요. 모험가님 없이 혼자 다니다간 금방 또 잡아먹힐 거라고요.”

대답을 해 주거나 말거나 이 아이는 입을 다물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대충 그 동안 멋대로 지껄인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 토비라고 하는 작은 생물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녹색 난쟁이들. 이하 고블린의 어린아이라는 것 같다. 본래는 고블린들의 구역이었던 이쪽 숲으로 나무열매를 따러 왔지만, 어째서인지 떼로 몰려온 타우족에 둘러싸여 곤경에 처했다…내가 제대로 알아들은 거라면 이 정도가 사건의 전말이다.

“그런데 이 숲에는 왜 온 거예요? 아, 혹시 모험가님도 나무열매 좋아해요?

“그 질문 말인데.”

 

사실은 내가 가장 묻고 싶은 말이다. 특히 지금 내가 찾고 있는, 어떤 소녀에게 말이다.

 

“혹시의 혹시를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는 역시 본 적 없겠지?”

“에-있어요.”

“역시나 역시. 기대한 내가 바보였-…뭐?”

 

방금 뭔가 굉장히 어이없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은발의 인간 여자를 말하는 것 맞죠? 타우들이 데려갔어요.”

“저기 있잖아, 토비.”

 

하찮은 자존심은 지금은 잠시 내려놓자. 오늘 하루의 피로와 짜증에 휘말려, 나는 그만 가장 중요한 임무의 단서를 어이없이 날릴 뻔 했다.

 

“그 이야기, 좀 더 자세히 들려주지 않을래?”

 

처음으로 내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자, 토비는 지금껏 이때만을 기대했다는 듯 여태보다 세 배 정도 더 빠른 속도로 지껄여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 타우들의 왕이 직접 그 아가씨를 데리고 갔다고?”

“네. 그리고-아!”

 

이 말 많은 작은 고블린은 머리에 쓰고 있던 두건 비슷한 것의 안을 잠시 뒤적이더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 손에 쥐어주었다. 잠깐 찢어진 천 조각인가 하고 생각했던 그것은, 붉은 꽃 장식이 달린 흰색 천 팔찌였다.

 

“그 때 바닥에 떨어져 있던 걸 주워왔어요. 오늘 절 구해 주셨으니, 이건 드릴게요.”

그렇게 의외의 정보와 단서까지 넘겨주고 나서, 그 의외의 제보자는 이제는 안전한 것 같으니 가보겠다며 내가 가는 곳과는 다른 방향의 숲으로 빽빽한 수풀을 넘어 사라졌다. 바로 이 앞이 내가 출발했던 인간들의 마을이니, 아무래도 거기까지 나를 따라오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겠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를 비롯해 오늘 수색을 나선 사람 중 빈 손이 아닌 채로 돌아온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안 그래도 착 가라앉아 있던 분위기는 내가 그 소녀의 것이 분명한 팔찌와 목격담을 들고 오자 한층 더 무겁게 바닥에 눌어붙었다. 저걸 떠오르게 하려면 끌과 망치라도 가져와야 할 판이었다.

 

“이젠 정말 여기를 떠야 할까 봐.”

 

한 사람이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라이너스 씨에게 들은 바로 이 마을을 이전에도 그란 플로리스를 덮친 몇 번의 재앙에도 꿋꿋이 살아남아 삶을 이어 왔다고 한다. 세리아는 그런 이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고 말이다.

 

“하지만 어디로 가죠? 지금껏 여기서 살아 왔는데.”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뾰족한 답이 있을 리가 없다. 처음부터 이곳에서 태어나 일평생을 살아온 그들이다. 여기서 나가는 걸로 당장의 위험은 벗어난다고 해도, 다른 고장에서 과연 멀쩡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라이너스 씨도 지금은 저 쪽에서 종이에 만 담배를 묵묵히 태우고 있을 뿐이다.

 

“그…아직은 무사할지도 모릅니다.”

 

나로서는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꾸어야만 했기에, 아직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가설이라도 일단 제시해 보기로 했다.

 

“부족의 왕이 직접 와서 데려간 거라면,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서두르면 아직 살아있을 때 구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몰라요.”

 

모여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기대한 것 보다는 훨씬 작은 웅성거림이 잠시 일어났다가 사그라졌다.

 

“왕이라고 했지? 아마 타우킹 샤우타일 거야. 지금 숲이 이렇게 되기 전까진 제법 말이 통하는 양반이었지.”

“그런데 그것보다도….”

“어. 그게 이렇게 문제가 될 줄이야….”

 

주민들끼리 조금 알아듣기 힘든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던 라이너스 씨가 끼어들었다.

 

“자네, 그란 플로리스의 특징에 대한 설명은 들은 적 있지?”

“네. 나무들이 마치 흐르는 것처럼 스스로 길을 바꾼다고.”

 

라이너스 씨는 끝까지 다 타버린 담배를 모닥불 속에 던져 넣고는 다음의 말을 이었다.

 

“숲의 외곽은 우리 스스로도 어느 정도 길을 찾을 수 있지만, 타우킹이 사는 곳. 그락카락은 그렇지 못해. 이 숲의 마법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특별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그리고 이 이야기를 굳이 나에게 하는 걸 보면, 아마 그 지도는….

 

“문제는 그 지도가 얼마 전에 도둑맞았어. 현장에 남겨진 흔적을 보면, 고블린 놈들의 짓인 것 같아.”

 

맙소사. 그 작아서 찾기도 힘든 놈들 상대로 지도 하나를 어떻게 찾아? 정말 내일부터 여기 주민들의 이주 준비라도 도와줘야 하나?

 

“…잠깐, 고블린이라고 했나요?”

 

고블린이라. 아직 확신은 없지만, 그 중에 말이 통할 것 같은 녀석을 하나 알고 있다. 어쩌면 방금처럼, 무언가 쓸모 있는 정보를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시각은 다음 날, 장소는 바로 어제 거대 타우를 만났던 숲 속 나무열매 밭. 볼일은 어제 다 끝난 건지, 어제까지 우글우글하던 타우족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토비~”

 

안타깝게도 지금부터는 그저 이러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고블린답다고 해야 할까 답지 않다고 해야 할까, 인간에게 관심이 많아 보이는 꼬맹이였으니 평소에 어슬렁거릴 만한 곳에서 이렇게 부르다 보면 곧 알아챌지도 모른다.

 

“네 모험가님! 무슨 일이에요?”

 

…굳이 찾을 필요가 없었나. 이 반응 속도면 처음부터 날 멀찍이서 따라오고 있었다고 봐도 되겠지. 아무튼 힘들여 찾는 수고는 덜었으니 상관없나.

 

“그건 아마 키놀 님이 가지고 있을 거예요.”

“키놀?”

“이곳 숲의 고블린들의 왕이에요. 백 년에 한 번 정도 나온다는 번개를 다루는 알비노 고블린이기도 하고요.”

 

번개는 렇다 쳐도 알비노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골치 아픈 상대가 걸린 건 분명하구만.

 

“우리가 그 지도가 꼭 좀 필요하거든? 어떻게 좀 돌려달라고 부탁해 볼 순 없을까?”

“응-그건 좀 힘들 거 같은데.”

 

토비는 조금 분한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그게, 키놀 님은 좀 심술이 심해요. 부하들도 다른 고블린들을 막 괴롭혀서, 우리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부탁 같은걸 들어 줄 리가 없어요.”

 

먹으려고 잡은 개구리도 뺏어먹고…같은 이야기를 하는 토비를 보고 있자니, 굳이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쓸 만한 해답이 번뜩 머릿속에 떠올랐다. 다른 고블린들이랑은 사이가 나쁘다 이거지?

 

“그럼 있지, 내가 직접 키놀 님과 ‘이야기’를 좀 해 볼게. 어디에 계신지는 알려줄 수 있지?”

“이야기요?”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는 토비에게, 다른 부연 설명 없이 한 쪽 주먹을 들어 보였다. 아무리 꼬맹이라도 이 제스쳐가 뜻하는 의미는 금방 알 수 있을 거다.

 

“아! 네! 절 따라오세요!”

 

토비를 따라 숲 속을 나아가는 동안, 제법 여기저기에 번개에 맞아 그을린 나뭇가지들이 보였다. 일단 절대 성깔이 고운 놈이 아니라는 건 알겠네.

머크우드에서 멀리 가지 않아서, 아마도 고블린들의 마을로 보이는 작은 부락에 도착했다. 곳곳에 보이는 꼭 돌무덤 같이 생긴 작은 집들이 없었다면 그저 숲 속의 여느 공터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잠깐만요.”

 

나를 그 바깥쪽에 세워 놓고, 토비는 이쪽을 대놓고 경계하고 있는 고블린들에게로 다가갔다. 오래지 않아, 조금 불안한 표정을 하면서도 고블린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비켜 길을 내주었다.

 

“됐어요! 키놀 님은 저 안쪽에 있어요!”

 

양쪽에서 알아듣기 힘든 소리로 떠드는 고블린들 사이를 지나 나아가는 건 꽤 기묘한 경험이었다. 중간중간 해치워버려! 라든가 코뼈를 꺾어버려! 같은 응원 같은 것이 들려오는 걸 보면…이 녀석들도 그 동안 쌓인 게 많았나 보네.

 

그렇게 무저항으로 고블린 마을을 나아가다가, 더 이상 순순히 비켜주지 않는 고블린들의 무리에 부딪히게 되었다. 굳이 감 운운하지 않아도 앞에서 보았던 놈들보다 더 난폭한 생김새와 어느 정도 무기도 갖추고 있는 걸 보면, 이 녀석들이 그 키놀이라는 자의 부하들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실력 행사를 하기 전에, 우선 명목상이라도 한 번 평화롭게 해결할 기회를 줘 보기로 했다.

 

“키놀 님을 만나야 하는데, 잠시만 지나가도 될까요?”

 

그리고 돌아온 반응은 예상대로, 기대하고 있던 것이었다.

 

“인간 주제에, 감히 여기가 어디-”

 

잠시 후.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히나가시히요(지나가십시오)….”

 

그 이름이 어떻게 읽히든 간에, 황녀의 정원에 피는 꽃은 어여쁜 꽃잎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 무기인 총기를 다루는 것과 더불어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도 싸울 수 있도록 격투기의 훈련 또한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만약 내가 손에 무기를 들고 있지 않다고 안심했다면, 그 아래 숨겨진 가시에 제대로 찔리게 될 거다.

 

대체로 원시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마을의 가장 안쪽, 나름 왕좌랍시고 제법 꾸며진 자리에 걸터앉아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것이 아마 키놀이라는 녀석일 것이다. 그래도 우선은 한 부족의 왕이니 다짜고짜 싸움을 거는 건 딱 한 번, 참아 보자.

 

“…해서 부디 지도를 돌려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 결과는,

 

“끄어어어어어(제가 졌습니다. 지도든 뭐든 원하는 건 뭐든지 가져가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대륙에서 고블린이라는 생물의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대충 알 것 같다.

 

“키놀이 쓰러졌다!”

“새로운 고블린 왕이다!”

“…토비?”

“네, 모험가님?”

 

혹시 여기, 싸움에서 이기면 왕이 된다는 뭐 그런 게 있니?

 

“네, 모험가님.”

 

뭐 아무튼, 목적이었던 지도는 무사히 손에 넣어 이번에는 완벽하게 빈손이 아닌 채로 엘븐 가드에 돌아올 수 있었다.

 

“잘 했네. 이거면 내일 아침에 바로 출발할 수 있을 걸세.”

 

라이너스 씨가 반색을 하는 걸 보면 제대로 찾아온 게 맞는 것 같다. 나도 가지고 오는 길에 조금 들여다보았지만, 역시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혹시 이쪽 세계에서 통용된다는 ‘마법’과 관련된 물건인가?

 

“그런데, 머리에 그건 뭔가?”

“아…그냥 장식입니다.”

 

끝으로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난 별로 생각도 없었던 고블린 부족의 왕위에 관한 문제도 처리하고 와야 했다. 내 머리 위에서 그대로 고착될 뻔 한 왕관을 비롯해 중간의 구구절절한 과정은 생략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마지막으로, 남이 잡은 개구리는 뺏어먹지 말 것!”

 

일단 지금 고블린 부족에는 역사 상 가장 어린 왕이 재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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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v100
  • 델리가없져
  • 진(眞) 미스트리스 바칼

    모험단Lv.37 깊은산속오두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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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마살

    2024.04.163,051